[사랑과 자비]소중한 선물

  • 입력 2007년 9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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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여자의 힘만으로 혹은 남자의 힘만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알 수 없는 신비가 숨겨져 있다. 생명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안다. 생명은 언제나 사랑 안에서 시작되었으며 사랑과 생명은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필요할 때 준비했다가 필요 없으면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 수녀회에 계신 어느 수녀님의 여동생은 임신 5개월쯤 진찰을 받던 중 혈액검사에서 태아의 장애 여부를 알게 되었는데 ‘에드워드 증후군’이라고 했다. 병원 측에서는 이 증후군은 낳자마자 죽는 치명적인 것이라며 넌지시 낙태를 권유했다. 수녀님의 여동생 부부는 충격과 두려움으로 많이 울었지만 마침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니 낳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 뒤 양수 검사를 해 보니 이전 검사와는 전혀 다르게 정상이라는 판단을 받게 되었다.

그 부부는 무척 기뻐하며 첫아들을 낳았고 2년 뒤 다시 임신해 딸을 낳게 되었다. 그런데 딸아이의 심장에 작은 구멍 세 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주위의 모든 분이 염려와 걱정을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그들 부부는 생명을 받아들이겠다는 믿음을 깊이 체험했기 때문에 키우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딸아이는 돌이 되기 전 심장의 구멍들이 닫혀 버렸고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일생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자녀를 사랑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혼인서약 안에서 부부에게 내려진 축복이다. 이 축복은 기쁠 때나 어려울 때나 온전히 가족을 선물로 받아들이겠다는 무조건적인 헌신의 삶을 실천할 때 더욱 풍요롭게 체험되는 은총이다. 이러한 자녀 사랑 안에서 가장 성장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부모 자신이기 때문에 자녀는 부모에게 생명의 선물이며 사랑의 신비를 드러내는 것이다.

배마리진 수녀 한국틴스타 대표·착한목자수녀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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