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생각에는…]푼돈 관리못하면 큰돈도 흥청망청

입력 2003-09-23 16:55수정 2009-10-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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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인 큰아이 방을 치우다 보니 책상 위 여기저기에 동전이 널려 있다. 어떤 때는 빨래하기 위해 내놓은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1만원짜리까지 내가 ‘압수’해도 없어졌는지 알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우리 집이 돈이 널린 집도 아닌데, 잔돈 보기를 우습게 안다.

“엄마 어린 시절에는…” 이렇게 시작하면 큰아이 얼굴은 ‘또 시작이다’하는 표정이다. 듣기 싫어도 하는 수 없다. 그때는 집에 돈도 귀했고, 용돈은 더더욱 귀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 이렇듯 푼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큰아이는 물론이고, 동네가게서 군것질거리 사는데 맛 들린 다섯 살 막내도 100원 동전 정도는 무시한다.

우리 엄마들 어린 시절에는 명절날이나 되어야 푸짐한 용돈을 만져볼 수 있었다. 그때도 기껏 받은 명절 용돈 대부분을 항상 생활비가 달리는 엄마에게 ‘상납’해야 했지만, 그래도 자투리는 남아 커다란 왕사탕이나 생고무 느낌의 쫄쫄이과자 같은 것을 사먹을 수 있었다.

명절이 아닌데 큰 용돈을 받았다면 그날은 아버지가 술 드신 날이었다. 느지막한 저녁 한잔을 걸친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이 집에 오셔서 ‘2차’를 하시며 술심부름 값으로 주시는 용돈을 받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때 우리 어머니, 아버지 친구분 앞에서는 한사코 받지 말라 말려놓고는 부엌으로 날 살짝 불러들여 좀 큰돈이다 싶으면 그 돈을 갖고 가시며 대신 동전 몇 개를 쥐어주셨다. 밑지는 협상이다.

이제 엄마가 된 나도 아이들 명절용돈을 ‘회수’하지만 아이 몫으로 따로 모으는 것이 옛날 엄마와는 다르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그냥 “내놓아”는 안 통한다. “이거 모아서 나중에 너 필요한 거 사라” 이 정도 돼야 마지못해 내놓는다.

푼돈이 우스우니 큰돈 쓰는 것도 무덤덤이다. 큰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 주위의 아이 친구들 상당수가 휴대전화를 입학선물로 받았다. 우리 큰아이는 디지털카메라를 받았는데 이런 선물들이 어디 한두 푼짜리인가.

남들 다 갖고 있는 거 안 챙겨주면 혹시 왕따라도 당할까하는 마음에 엄마들은 다른 지출 줄여가며 고가의 물건들을 사주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때뿐이다. 이웃 엄마도 아이 중학교 입학기념으로 휴대전화, MP3플레이어를 사줬지만, MP3 플레이어는 안 쓰고 던져놓은 지 벌써 몇 달이다.

이렇게 돈 무서운지 모르고 자라서 그런지 주위에서는 대학생 신용불량자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우리 이웃집도 대학생 딸이 현금서비스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기 직전인 것을 딸의 우편물을 통해 발견하고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남 일 같지 않다. 자녀가 커 가면 ‘자는 자식도 다시 본다’고 했는데, 우리 세대 엄마들은 자는 자식뿐 아니라 e메일이며 휴대전화 요금 고지서며 다시 볼 게 너무 많다.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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