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생각에는]"초등학생 학교폭력 그냥 넘기지 맙시다"

  • 입력 2003년 3월 25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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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아이에게 맞고 들어오는 것만큼 엄마에게 속상한 일이 없다. 보통 때린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학교 선생님께도 말씀을 드린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때린 아이 만나 맛있는 거 사주며 회유도 한다.

이건 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얘기다. 초등학교 고학년? 녹록지 않다. 얼마 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초등학생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는데 때늦은 지적이다 싶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는 기존의 통념 때문에 초등학생 폭력은 단순한 아이들 싸움으로 치부된다. 때린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 보라. 첫 반응이 “장난 좀 친 거”다. 일방적으로 맞은 거라고 하면 이번엔 “무슨 이유가 있어서 때린 거”다.

선생님 반응도 신통찮다. 다들 치고 받고 자라는데 그 정도도 적응 못하느냐는 분위기고 보면 못 때리고 맞은 놈만 억울해진다.

요즘 초등학생 폭력, 중고생 뺨친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왕따와 함께 돈뺏기가 성행한다. e메일도 새로운 협박수단이다.

남자아이들은 4학년부터 ‘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6학년쯤 되면 일짱 이짱 등급이 매겨지고 짱을 중심으로 몰려다니며 교실 복도 화장실 가리지 않고 약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수업시간 중에도 선생님 눈을 피해가며 다른 교실까지 들어가 돈을 빼앗는다. 학교측은 알아도 쉬쉬하며 졸업해서 나가기만 기다린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맞는 아이들은 엄마나 선생님께 알리는 것을 포기한다. 때린 녀석이 야단맞은 뒤 가해올 보복의 쓴맛을 아니까.

중 1인 우리 큰애도 얼마 전에야 작년 한해동안 옆반 패거리에게 500원, 1000원씩 여러 번 돈을 빼앗겼다고 털어놓았다. 화가 치밀지만 대처방법이 없다는 게 더욱 화난다.

기막힌 건 우리 큰애 초등학교 때 돈을 빼앗던 아이가 우리 아이랑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더니 쉬는 시간이면 여전히 교실을 돌며 돈을 빼앗고 다닌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씨앗은 이처럼 초등학교 시절 잉태되어 무관심 속에 싹을 키운다.

감정적으로는 큰애에게 “너도 맞짱 떠봐!”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도 안되지만, 진짜 맞짱 떴다 깨지면 동네 떠야 하는데. 비겁한 엄마 되긴 싫지만 달라면 주고 무사히 졸업이나 하라 해야 하나.

즐거운 배움터가 되어야 할 학교가 어찌 이 지경이 됐는지. 교내에 경찰이라도 상주하지 않고는 해결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아는 엄마들에게 학교 상황을 얘기해도 내 아이만 당하지 않으면 끼어들지 않겠다는 눈치여서 더욱 답답하다. 돈 뺏는 애들 때문에 우울해하는 큰애에게 한가지 약속했다. 계속 그런 상황이 되면 엄마가 매일 도시락 싸 들고 교실 앞을 지키겠다고. 같이 할 사람 없수?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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