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희의 인상보기 희망읽기]너무 하얀 피부 몸과 마음 허약

  • 입력 2003년 7월 17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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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학에서 피부는 평생의 빈부를 가르는 자리로 읽힌다. 한국인의 경우 노란기를 띤 우유빛을 좋은 피부색으로 친다.
인상학에서 피부는 평생의 빈부를 가르는 자리로 읽힌다. 한국인의 경우 노란기를 띤 우유빛을 좋은 피부색으로 친다.
단군신화를 보자.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고 세상을 다스릴 때 한 마리의 곰과 범이 한 굴에서 살며 사람이 되기를 청했다.“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참으면 사람이 된다”는 환웅의 말을 지킨 곰은 삼칠일 만에 여인으로 변하여 환웅과 결혼, 단군 왕검을 낳았다. 쑥과 마늘, 그리고 햇볕차단은 피부색이 희게 되는 조건이다. 곰이 사람이 되더라도 피부색이 희어야 귀격이 된다는 뜻이다.

요즘은 갈색 피부가 건강미를 표출한다 해서 인위적으로 피부를 태우기도 한다. 우아하고 지적이기보다는 육체적 매력을 추구하는 세태를 반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유행에 불과하다. 동서를 막론하고 피부가 희고 깨끗해야 귀족적이며 지성적 기품을 지닌 사람이라고 치기 때문이다. 인상학에서는 피부를 평생의 빈부를 보는 자리로 친다. 코가 잘 생기면 부유하다고 하지만, 이런 사람도 피부색이 해맑지 못하면 허울만 번듯하지 실속이 없다고 본다. 피부색이나 피부 결은 인종마다 다르다. 우리는 황인종이므로 약간 노르스름한 우유 빛이나 크림 빛이 좋다.

피부는 두께가 얇지만 전체의 무게가 체중의 약 16%에 달한다. 장기 중 가장 크다는 간의 3배 정도다. 피부는 엄연히 신체의 일부이므로 몸이 건강해야 생기 있다. 피부의 좋고 나쁨은 화장품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장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피부가 거친 것은 간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건강한 피부란 명윤, 탄력, 찰색(혈행의 흐름)이 좋아야 한다. 햇볕 아래 장시간 피부를 노출 시켜 껍질이 벗겨지는 화상을 입었다면 화상 입은 만큼 그 부위에 해당되는 장기가 손상을 입는다. 장기와 분리, 독립된 것으로 보이는 피부는 이렇듯 오장육부와 연결되어 있다. 피부색만으로도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망진법 혹은 관형찰색이라 하여 얼굴색으로 병을 진단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찰색 보는 법이 어김없이 적용된다.

피부가 너무 희면서 맥없이 처졌으면 몸과 마음이 허약한 사람이고, 몸이 비대하면서 살결이 지나치게 부드러워 탄력이 없으면 중풍에 걸리기 쉽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빨간 머리 앤’은 주근깨투성이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면 된다. 임산부의 경우 자궁에 가득 찬 양수의 무게로 인해 장기에 부담이 갔을 때도 기미가 생긴다. 출산 후 몸이 편안해지면 기미는 자연히 사라진다. 피부가 두껍고 윤기가 있으면 운이 강하고 몸도 건강해 복이 찾아온다. 일과 사랑과 경제적인 요소가 충족된 상태거나 차차 좋아질 징후로 보면 된다. 반대로 피부가 얇아 피부 밑에 가는 혈관이 보이거나 얇아서 번질거리는 느낌을 주는 사람도 있다. 운이 약하고 끈기가 부족해 하는 일에 지체가 있다. 뱀처럼 번들거리는 피부일 때 여성은 사생활이 어렵고 남성은 사업이 어렵다.

물론 피부도 변한다. 내장이 편안해지면서 살결도 해맑아지면 일처리가 순조로워지며 운이 풀린다. 여드름 상처 자국으로 피부가 울퉁불퉁하면 대개가 욕구불만 형이다. 성인들은 턱 밑 부근에 여드름이 몰리는데, 이는 의학적으로는 남성호르몬의 분비증가요, 인상학적으로는 집안일이나 아랫사람으로 인해 마음고생하고 있는 상태다. 재미있게도 청소년은 주로 이마에 여드름이 많이 난다. 이마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영역, 즉 부모, 선생님, 윗사람, 시험 같은 것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인의 검버섯은 장수를 상징하지만 젊은이의 검버섯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다.

피부는 마음과 행동의 거울이다. 마음이 거칠거나 실제로 거친 노동을 하면 살결도 자연히 거칠어진다. 균형 잡힌 식사, 건강한 장기, 원활한 혈행(血行), 건전한 정신으로 고운 피부를 만들어보자. 인생길도 울퉁불퉁 자갈길이 아니라 탄탄한 아스팔트로 뻗어나갈 수 있게….

인상연구가 주선희 joo33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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