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테마여행]스위스 로잔 올림픽박물관

  • 입력 2003년 6월 12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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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의 모습.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묘사한 조각과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즐비하다. 아래는 올림픽박물관 1층에 있는 역대 올림픽 성화봉들.사진제공 월드콤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의 모습.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묘사한 조각과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즐비하다. 아래는 올림픽박물관 1층에 있는 역대 올림픽 성화봉들.사진제공 월드콤

올림픽의 역사적인 기원을 밝히는 일은 아직까지 신화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제1회 대회는 기원전 776년에 열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비슷한 행사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원이야 어떻든 올림픽의 최대 수혜국은 그리스가 아니라 스위스다. 중립국이란 이점 때문에 국제기구가 많은 스위스에는 올림픽을 테마로 한 다양한 관광상품이 마련돼 있다. 특히 아름다운 호수의 도시 로잔은 올림픽박물관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그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전하고 있다.

● 교육 신념으로 부활한 근대 올림픽

중세 말기 고대 그리스 로마문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유럽에서는 393년에 막을 내린 고대 올림픽 경기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프랑스는 그리스가 터키의 지배를 벗어나 독립국이 되던 해인 1829년 고고학 조사반을 그리스에 파견해 유적의 일부를 발견했다. 그리스도 1859년 선조의 올림픽 대회를 부활시켰다.

왼올림픽 박물관 1층 로비에서 7개국어로 여행자들을 안내하는 로봇 ‘웰컴’ .사진제공 캠프

1881년 독일의 에른스트 쿠르티우스가 올림피아 유적지를 발굴한 뒤로 이 같은 부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그는 “고대 올림피아의 제전이야말로 그리스문화의 근원이었다”는 견해를 발표했고 이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관심을 끌었다.

쿠베르탱은 파리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지만 후에 교육학을 전공해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의 패전으로 사기가 저하된 프랑스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의욕을 북돋워주고 그들의 심신을 강화시켜주고 싶었다. 그는 영국 유학시절 “워털루에서 영국군이 승리한 것은 이튼 교정에서 꽃핀 스포츠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포츠가 청소년의 교육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889년에는 ‘프랑스 스포츠연맹’을 조직했으며 세계의 청년이 한자리에 모여 우정을 나누면 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1894년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회의에서 유럽 각국 대표들은 만장일치로 올림픽 경기 부활을 결정했고 곧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IOC)가 조직됐다. 초대 IOC 위원장은 그리스의 디미트리오스 비켈라스, 그리고 쿠베르탱은 사무총장이 됐다.

‘보다 빠르게, 보다 높이, 보다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는 프랑스의 앙리 마르텡 디동 목사가 학교 운동선수들의 공로를 치하할 때 한 말이다. 쿠베르탱이 인용하면서 이 라틴어는 올림픽의 정신을 표현하는 표어로 자리 잡았다.

근대올림픽 제1회 대회는 1896년 유서 깊은 아테네에서 개최됐다. 2004년 아테네는 28회 대회를 다시 유치했다.

● 살아있는 올림픽 전당, 박물관

‘올림픽의 도시’란 별명을 가진 로잔에는 IOC 본부와 올림픽박물관이 있다. IOC 본부는 광대한 숲을 끼고 있어 로잔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고 올림픽박물관은 로잔의 호숫가에 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야외 조각전시장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스포츠’를 소재로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이 동선을 따라 박물관 건물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오륜 마크를 형상화한 사이클링 선수들의 역동적인 작품에서 승리에 도전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육체를 묘사한 작품까지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이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올림픽 정신의 아름다움이다.

박물관 건물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환영 인사를 건넨다. 박물관은 4층 건물이며 지하 1층은 3차원 영화관과 비디오 라이브러리, 기자들이 쉽게 올림픽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약 1만8000권의 장서, 40만장의 사진, 1만7500시간의 비디오 상영물 등 소장)으로 꾸며져 있고 그 외 공간은 일반인들을 위한 전시공간이다.

1층엔 역대 올림픽 개최국의 전시 부스가 있다. 한국의 서울 올림픽 부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각 올림픽에서 사용된 성화봉이 시대 순으로 나열돼 있고 다양한 올림픽 표정을 사진 자료와 함께 입체적으로 전시해 시선을 끈다.

올림픽 경기의 스폰서 기업과 개인의 이름을 새긴 대리석 명판도 있다. 근대 올림픽을 창설한 쿠베르탱 전시관과 그리스관이 있으며 올림픽 운동의 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골고루 동선에 따라 진열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동계올림픽을 포함한 역대 올림픽에서 종목마다 사용되는 스포츠용품과 복장, 금메달리스트들의 사인을 진열해놓았는데 한국의 경우 태권도 도복이 진열돼 있어 인상적이다.

박물관 3층에는 아름다운 로잔의 호수 풍경을 음미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의자 커버엔 오륜기가 그려져 있고 이곳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기와 테이블 웨어에도 역시 올림픽 마크가 새겨져 있다. 테라스에선 가벼운 소모임이나 연회가 열리기도 한다.

기념품점에서는 역대 올림픽에서 사용했던 문양과 로고, 심벌로 형상화한 인형과 생활용품들을 살 수 있다. 한국의 호돌이 마스코트도 있다.

1993년 1월에 설립돼 2년 후인 1995년 유럽 박물관상을 수상한 올림픽박물관은 로잔의 중요한 관광명소다. 올림픽박물관은 정적인 공간이지만 언제나 살아있는 올림픽 정신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여행정보▼

● 찾아가는 길

대한항공(02-2656-2000)을 이용해 취리히로 날아간 다음(11시간50분) 기차로 로잔까지 이동한다. 취리히에서 로잔까지는 2시간 20분.

● 올림픽 박물관 정보

(www.olympic.org)

영어와 일어를 비롯해 7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있고 장애인도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입장료는 성인 14스위스프랑, 어린이는 무료. 개관 시간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목요일엔 오후 8시까지 개관한다. 10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는 매주 월요일이 휴무다. 1월 1일과 12월 25일 휴무.

● 기타

제네바와 로잔을 비롯한 스위스 일주 상품은 대부분 일주일짜리가 184만원정도이고 최근엔 여름 성수기를 맞아 에어텔, 배낭팩 상품이 많이 선보였다. 문의 하나로 항공(02-734-3100 www.hanarotravel.com). 스위스에 관한 일반정보는 스위스 관광청(02-739-0034, www.myswitzerland.co.kr)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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