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테마여행]외진 땅에 펼쳐진 피라미드의 신비

  • 입력 2003년 5월 15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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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최대의 마야유적지인 치첸이트사의 엘 카스티요 피라미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사진제공 월드콤
멕시코 최대의 마야유적지인 치첸이트사의 엘 카스티요 피라미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사진제공 월드콤
미국 서부와 오세아니아 대륙이 골드러시로 몸살을 앓았던 것처럼 멕시코에는 실버러시가 있었다. 스페인 정복자들의 탐욕스러운 행진 끝에 이어진 이 실버러시는 종교, 문화, 건축 등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정복자들조차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문명이 이미 멕시코에 존재했었는데 우리가 ‘마야’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오늘날 이 고대 문명 세계를 보다 편안하고 품위있게 돌아볼 수 있는 기차 여행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세상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호사가들이라면 한번쯤 타 봤을 ‘익스프레스 마야’다.

●마야문명에 다가가는 편리한 수단

마야족의 조상은 북미에서 남하해 기원 전 3000년대 중반에 서부 과테말라 고지에 정착한 원주민이라 한다. 신비로운 것은 이 마야 문명이 약 10세기를 전후해서 구 마야와 신 마야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떤 특별한 이유―내란, 황폐설, 전염병 등등―에 의해서 구 마야가 갑자기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나타난 신 마야 문명은 구 마야 멸망 이후 최소 100년이 지난 900년경이었다. 중심지역은 치첸이트사, 마야판, 욱스말로 오늘날 가장 많은 마야 유적지가 남아있는 곳들이다.

마야문명의 대표적인 유적지들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마야 익스프레스 내부. 사진제공 멕시코대사관

‘익스프레스 마야’는 바로 이 지역들을 차례로 돌아보는 기차여행 프로그램이다. 멕시코에서의 기차 여행은 사실 그다지 권할만한 것이 못 된다. 기차가 제 시간에 오지도 않을 뿐더러 소요시간도 버스보다 더 걸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설이 낙후돼 청결과 안전을 보장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익스프레스 마야’만큼은 멕시코가 아닌 미국 수준에 근거해 운영되는 호화스러운 기차로 손꼽힌다. 출발지는 치첸이트사로 5일간 메리다-욱스말-캄페체-팔렝케-비야에르모사를 돌아보는 루트가 가장 인기 있다.

기차 안에서 제공되는 유카탄식 요리의 훌륭한 맛과 완벽한 서비스, 냉방장치가 잘 갖춰진 쾌적한 실내 공간, 도착하는 도시마다 진행되는 투어 프로그램, 그리고 최고급 호텔에서 보내는 숙박까지 느릿느릿 돌아보는 마야 문명 여행으로는 그지없이 호사스러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차례로 훑어보는 유적지들

기차 여행의 첫 번째 출발지인 치첸이트사는 마야 문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적 도시이다. 대부분의 마야 문명 유적지들은 깊은 오지에 있는데, 치첸이트사도 그 중 한 곳이다. 유카탄 반도에서 가장 잘 보존된 마야 유적지로 ‘엘 카스티요’란 이름의 피라미드와 전사의 사원, 천문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동서남북을 향한 4개의 계단과 마야의 달력을 상징하는 건축물인 엘 카스티요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치첸이트사와 가까운 도시 메리다는 20세기 이 지역의 사이잘삼 판매를 토대로 한 경제붐 때문에 백만장자들이 몰려들었던 도시였다. 지금도 중요한 제조업 도시이자 문화의 중심지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대성당과 궁전, 공원들이 있다. 구 마야 문명의 유적지인 욱스말은 가장 복잡하고 조화로운 푸우크 (Puuc) 스타일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밑은 평범한 벽이고 윗부분은 세세한 돌 모자이크 얼굴을 지닌 건축물들로 ‘마법사의 피라미드’가 가장 유명하다.

캄페체는 스페인 식민지시대 때 유카탄 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도시였다. 유럽의 직물 제품을 염색하는 데 사용되는 목재와 뿌리가 이 항구를 통해 수출됐고 그 덕분에 서양 열강해적들의 빈번한 공격목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도시는 온통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요새의 형상을 하게 되었고 그 중 몇 개는 다른 용도로 변형되어 관광지가 되었다.

우리에게 ‘파나마 모자’라고 알려진 히피스의 본 고장도 이 도시와 메리다 사이에 있다. 파나마 운하 건설노동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알려지게 된 파나마 모자는 야자수 잎으로 만드는데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쇼핑 아이템이다. 시의 중앙 광장엔 파나마 모자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팔렝케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들르는 곳 중 가장 밀림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도시라 할 수 있다. 규모가 작아 걸어서도 돌아볼 수 있다. 치아파스주의 습도 높은 정글지대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보존되었다는 평가를 얻는 팔렝케 마야 유적은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다른 유적들과는 달리 복잡한 배열로 정리되어 있다. 각 건물에는 궁전, 비명의 신전, 태양의 신전, 십자가의 신전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우주인이 와서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수수께끼를 풀듯 석관에 새겨진 문양이나 신전 패널에 새겨진 인물상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스케치할 수 있다.

밀림을 벗어나 기차가 달리는 듯 하면 곧 타바스코주의 수도인 비야에르모사에 도착하게 된다. ‘익스프레스 마야’의 종착지다. 16세기말 해적들의 침략을 피해 내륙으로 이주했던 공동체가 세운 도시로 이 곳에는 2개의 빼어난 박물관이 있다. 하나는 라벤타 공원 박물관으로 기원전 1000년에서 400년까지 이 지역에 자리했던 멕시코 최초의 고등문명 올멕과 마야 유적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무게가 20t이나 나가는 거대한 현무암에 새긴 트레스 사포데스 두상이 가장 인상적인 유물. 또 다른 박물관은 카를로스 페이세르 인류학 지역박물관으로 마야와 다른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매력적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여행정보

1. 찾아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멕시코까지 직항편은 없다.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로 간 후, 다시 그 곳에서 멕시코시티까지

에어로 멕시코와 멕시카나, 유나이티드항공 등을 이용해 갈 수 있다. 멕시코시티에선 캐나다와 미국, 카리브해의

여러 나라와 라틴 아메리카 여러 국가를 연결하는 비교적 저렴한 항공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멕시코에서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항공세가 약 12달러 붙는다.

2. 마야 익스프레스 정보

마야 익스프레스는 2박3일 일정의

기본 코스 여행상품이 1인당 685달러로 전 과정 식사에 왕복 교통비와 호텔 숙박, 가이드 동반 투어프로그램이 포함된 가격이다. 조기예약을 하지 않고는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 있다. 기타 루트별 가격과 일정은

www.expresomaya.com

3. 기타 여행정보

현재 멕시코시티와 치첸이트사같은 마야 유적지를

포함한 중미 여행상품은 17일 일주 상품이 499만원

정도다. 문의는 하나로 항공(02-734-3100).

멕시코에 관한 여행 정보는 주한 멕시코 대사관

(www.sre.gob.mx/corea/coreano.htm, 02-798-1694)과 www.mexmastercom 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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