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의 미술과 시장③]월급쟁이 ‘안목’있으면 名수집가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28분


김순응/서울옥션 대표·경매사
김순응/서울옥션 대표·경매사
필자가 이 글을 연재하면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격려와 더불어 여러 유형의 질문을 받고 있다. 질문 중에 가장 빈도가 높은 것 중 첫째는 그림 값은 엄청 비싸고 그림 수집은 부자들이나 하는 것 아니냐, 둘째는 가짜 그림이 많다는데 누굴 믿고 사느냐 등으로 압축된다.

일반인들이 미술품에 대해 갖는 가장 큰 편견은 역시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앞으로 올리게 될 필자의 글 속에 모두 들어 가겠지만 조급증을 내는 독자들을 위해서 먼저 간단하게 답변을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미술품 시장에는 몇 십만원부터 일반 봉급생활자들의 한달 봉급이면 살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널려있다. 문제는 훌륭한 작품을 골라내는 안목이지 돈이 아니다. 국내외 유명 컬렉터 중에 미술품 수집을 시작할 당시에는 평범한 월급쟁이였던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미국의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ABC방송에서 특집으로 방영된 한 유명 컬렉터는 박봉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는 집배원이었다. 얼마 전 앤디워홀 재단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63세의 조엘 왁스는 30년을 시의회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모은 켈렉션으로 부와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옥 같은 소장품 60점을 로스앤젤레스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하여 화제가 되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세계적인 가수로만 알려져 있지만 컬렉터로도 유명한 바브라 스트라이젠드는 11세 때부터 애를 봐주거나 중국식당에서 일해서 받은 푼돈으로 골동품, 미술품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미술품 수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트라이젠트는 대답했다. 열정(Passion)과 안목(Eye)이라고.

우리나라의 경우 컬렉터들이 신분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얘기할 순 없지만 별로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은행원, 신문기자 혹은 책 외판원 등으로 시작한 유명 컬렉터들이 많다.

그리고 화랑의 문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높지 않다. 무슨 전시이든 백화점에서 쇼핑하듯이 편하게 들어가서 가격도 물어보고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서 이것저것 질문을 해도 친절하게 대해 줄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안목이 길러지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최근에 발표된 화랑협회의 과거 감정결과, 대가들의 작품에 위작이 많았다는 것과 근래 값싸게 거래된 중광의 작품이 대개 가짜였다는 데 기인하는 것 같다. 나중에 실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하겠지만 우선은 믿을 만한 화랑이나 경매에서 사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그럴듯한 사연이 붙어서 그 작가의 일반적인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나온 작품은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김순응 서울옥션대표·경매사 soonung@seoulau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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