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발효중인 곰팡이 모양만 봐도 맛 척척 아는 ‘된장 소믈리에’

  • Array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 샘표식품 ‘된장학교’ 김정수 교장
“된장 먹지않는 아이들 갈수록 늘어나 놔두면 ‘된장 멸종’… 체계적 교육 필요”

김정수 ‘샘표 된장학교’ 교장이 된장의 원료가 되는 메주를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 교장은 1982년 샘표식품 입사 이후 30년 가까이 된장을 만들어 온 ‘된장 박사’다. 사진 제공 샘표식품
김정수 ‘샘표 된장학교’ 교장이 된장의 원료가 되는 메주를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 교장은 1982년 샘표식품 입사 이후 30년 가까이 된장을 만들어 온 ‘된장 박사’다. 사진 제공 샘표식품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욕설 등을 우스개 소리로 바꿔 익살스럽게 표현하려는 “이런 된장”이라는 말에 오히려 격분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된장녀’ ‘된장남’이라는 말도 역시 싫어한다. ‘된장’이란 단어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는 샘표식품이 운영하는 ‘된장학교’의 김정수 교장(55)이다.

샘표 된장학교는 샘표식품이 2006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된장을 먹입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만든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이다. 된장의 역사적인 배경과 과학적 효능, 된장을 응용한 다양한 요리 등을 전문 강사들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다.

개교 때부터 계속 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어린아이들에 대한 된장교육에 뛰어든 지 불과 3년이지만 그 사이 된장을 잘 먹지 않거나 아예 모르는 아이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런 추세라면 우리 전통 식품인 된장이 사라질 것 같은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1982년 샘표식품에 입사해 줄곧 된장만 만들어 온 그는 현재 회사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기도 한 된장 전문가다. 그가 ‘전통 된장의 멸종’을 걱정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된장학교는 샘표식품 본사에서 이뤄지는 강의 외에도 일선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된장학교’도 개최하는데,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대치초등학교에서 이뤄진 설문조사 결과가 김 교장에게는 충격이었던 것. 당시 1∼3학년 학생 57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된장을 한 달에 1, 2번 먹는 학생이 112명(19.6%), 1주일에 1번 먹는 학생이 141명(24.7%)으로 나타났다. 김 교장은 “이 정도 수치라면 전체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된장을 거의 먹지 않는 셈”이라며 “식습관이 완성되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이처럼 된장을 먹지 않으면 앞으로 ‘된장의 멸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인스턴트 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어쩔 수 없이 길들여져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노력은 물론 적어도 학교에서 의무적인 된장 교육과 급식 재료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된장 교육이 딱딱하지 않고 재밌게 진행된다면 아이들이 된장을 좋아하고 찾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때문에 된장학교에서는 된장으로 만든 쿠키, 된장롤, 된장빵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으면서도 맛도 좋은 새로운 메뉴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된장은 우리나라 대표 발효음식으로 항암효과, 면역력 증가 등 다양한 효과가 이미 입증됐어요. 된장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면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전통 문화의 보존이라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의 ‘된장 철학’이다.

‘된장 전도사’ 김 교장은 샘표식품 내에서도 된장 사랑으로 유명하다. 입사 초기 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알기 위해 3개월이 넘게 발효실을 지키며 된장의 변화를 계속 관찰했던 일은 회사 내에서 전설처럼 전해 온다. 이제는 발효 중인 곰팡이 모양만 봐도 된장 맛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란다. 그는 스스로를 ‘된장 소믈리에’라고도 부른다.

김 교장은 “앞으로 온라인 강의와 찾아가는 된장학교 등 외부 강의를 전국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아이들이 된장이 없으면 밥맛이 없을 정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 샘표 된장학교에 참여하려면

4, 5월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된장을 먹입시다’ 캠페인 홈페이지(www.ijang.org)에 된장학교 참여 공고가 날 예정이다. 샘표식품 본사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주 1회 2시간씩 총 4회가 진행되며, 회당 참여 인원은 40명 정도다. 지금까지 된장학교는 매년 평균 5차례 진행됐으며 총 수강 인원은 800명 정도다. ‘찾아가는 된장학교’를 열고 싶은 초등학교의 경우 캠페인 홈페이지 게시판 ‘묻고 답하기’ 코너에 신청서를 남기면 시기 등을 조율해 개최 여부가 결정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된장 ‘오해와 진실’ Q&A

벌침 해독 효과 - 항독소 성분이 독 풀어줘
다이어트 효과 - 부재료 과다 섭취땐 실패


된장은 대표적인 우리의 전통 음식이지만 오히려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샘표 된장학교 김정수 교장과 전문 강사진으로부터 ‘된장에 관한 오해와 진실 A∼Z’를 알아본다.

Q: 벌에 쏘였을 때 된장을 바르면 효과가 있나.

A: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된장은 발효되는 과정에서 항암, 항독소 성분이 생성되는데 이는 벌침에 묻어있는 산성과 중화되면서 독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Q: 화상에도 된장이 효과가 있나.

A: 화상 상처 부위에 된장을 바르는 것은 열을 식히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사용됐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다. 오히려 된장 내부의 미생물에 의한 2차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Q: 한국 된장과 일본 된장(미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우리나라의 전통 된장과 일본의 미소는 콩을 재료로 한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된장이 순수 콩만을 사용하는 반면 미소는 콩 이외에도 쌀, 보리, 밀가루 등을 섞어서 만든다. 일본은 습한 기후라 콩을 자연 발효시키면 부패하게 돼 우리와 같은 메주를 만들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발효균의 일종인 코지균을 섞어 만드는데 된장에 비해 효능은 떨어지는 반면 균일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원료와 발효균이 달라 된장은 구수하면서 짠맛이 나지만 미소는 담백하면서 단맛이 난다.

Q: 시중에서 파는 된장은 왜 곰팡이가 피지 않나.

A: 모든 식품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거나 곰팡이가 슨다. 집에서 담근 재래식 된장 역시 화학 방부제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곰팡이가 핀다. 다만 시중에서 파는 된장은 유통 중 변질을 막기 위해 방부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곰팡이가 피지 않을 수도 있다.

Q: 된장찌개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찌나.

A: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을 담은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를 제작한 모건 스펄록 감독은 촬영 중 11kg이나 늘어난 체중이 된장국으로 식사법을 조절해 정상으로 돌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된장 자체에는 살을 찌우는 효과보다는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성분이 많다. 하지만 된장찌개에 부재료로 들어가는 기름이 많은 고기나 조미료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체중이 늘어날 수도 있다.

Q: 된장이 정말 숨을 쉬나.

A: 우리의 전통 된장은 살아 있는 발효식품이다. 방부처리가 되지 않은 미살균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계속 진행돼 숨을 쉰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Q: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끓여야 더 맛있나.

A: 음식마다 적당한 가열 온도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된장찌개는 90∼100도 정도로 끓였을 때 가장 맛있다. 뚝배기에 요리를 하면 열이 쉽게 빠져 나가지 않아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돼 오랫동안 된장찌개의 구수한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