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Fit을 살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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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패션 통해 보는 정장 잘 입는 법

뱃살 감추려 넉넉히 입으면 더 뚱뚱해 보여
치마는 무릎 덮으면 키 더 작아 보여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경련 모임에 세련된 스타일로 모습을 드러낸 CEO들. ①
퍼(fur·털) 장식의 코트를 멋스럽게 걸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② 슈트의 정석을 보여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③ 젊은
감각을 뽐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④ 여성 CEO의 우아함을 강조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 제공 머니투데이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경련 모임에 세련된 스타일로 모습을 드러낸 CEO들. ① 퍼(fur·털) 장식의 코트를 멋스럽게 걸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② 슈트의 정석을 보여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③ 젊은 감각을 뽐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④ 여성 CEO의 우아함을 강조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 제공 머니투데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청바지 차림을 통해 혁신적 도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칼리 피오리나 HP 전 회장은 재직 당시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 검은색과 갈색 정장을 즐겼다. 캐주얼 차림으로 젊은 경영자의 상징이 됐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명예회장은 최근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하면서 따뜻한 느낌의 정장으로 옷차림을 바꿨다. 이처럼 CEO들의 옷차림에는 메시지가 있다. 국내에서도 옷차림은 성공적 비즈니스의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특히 CEO에게 옷차림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장치이자 기업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마케팅 수단이다. 재벌가 자제들이 어릴 때부터 퍼스널브랜드를 관리하는 훈련을 받고, 기업 임원진이 이미지 컨설팅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패션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고, 정장을 제대로 착용하는 데도 서투르다”고 지적한다. 국내 저명인사들에게 이미지 컨설팅을 하고 있는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과 장은정 미래IMC 이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CEO들의 옷차림을 살펴봤다.》
○ CEO들의 스타일 감각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위한 30대 그룹 간담회’. 총수들의 회동인 만큼 각 그룹 CEO들의 스타일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CEO계의 패셔니스타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김 회장이 이날 선택한 의상은 회색 스트라이프 슈트에 같은 계열의 코트로, 흰색 셔츠와 분홍빛이 감도는 넥타이를 매치했다. ‘톤 온 톤’(유사한 색상 배합)의 색상 조합이 돋보이는 연출이었다. 특히 “털 장식의 짙은 회색 코트가 멋스러운데 이런 화려한 코트를 소화해낼 CEO가 또 누가 있겠느냐”는 평가다. 다만 인상과 자세에서 오는 부드러운 이미지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발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완벽한 ‘슈트 핏(Fit)’을 자랑했다. 상하의 모두 적당한 크기와 길이로 몸에 착 감긴 느낌. 과하지 않은 광택의 회색 슈트와 버건디(진한 자주색) 색상의 타이는 따뜻함과 냉철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줬다. “젊은 사람이 붉은색 타이를 하면 오히려 나이 든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현 회장의 붉은 타이는 젊은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온화한 인상과 여유 있는 걸음걸이까지 더해져 이날 현 회장의 패션은 ‘10점 만점에 10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도 패션 계열사를 둔 총수답게 멋진 스타일을 뽐냈다. 블루 톤의 셔츠와 타이, 그리고 회색 슈트가 센스 있게 조화됐다. 이 회장의 스타일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액세서리의 연출이다. 가슴 주머니의 포켓치프를 넥타이와 같은 계열로 선택해 포인트를 줬고, 양말까지 네이비 색상으로 맞춰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은 세심한 옷차림을 선보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액세서리를 세련되게 연출해 여성 총수로서의 우아함과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네이비 스커트 정장에 같은 톤의 스카프와 구두, 그리고 바이올렛 색상의 가방 등으로 모두 적절하게 조화시켰다는 평이다.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긴 치마. 한국인의 체형에는 무릎 길이가 적당하고, 무릎을 덮게 되면 키를 더 작게 보이게 한다.

이날 자리한 모든 CEO가 정장을 멋지게 소화해 낸 것은 아니다. 대부분 자신의 체격보다 품이 큰 옷을 택해 어깨선이 맞지 않거나 바지통이 지나치게 커 한복 바지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타이를 비뚜로 매거나 셔츠 단추를 풀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경우도 있었다. CEO들의 패션을 촌평한 강 소장은 “슈트 안에 니트를 받쳐 입어서는 안 된다. 입으려면 재킷과 같은 소재의 조끼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회색 타이는 차가워 보이고 인상을 흐릿하게 만들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설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클래식한 감각의  스트라이프 슈트. 사진 제공 브리오니
클래식한 감각의 스트라이프 슈트. 사진 제공 브리오니
○ 품격 있는 차림을 위한 팁

‘슈트의 생명은 핏.’ 슈트는 반드시 몸에 밀착돼야 한다. 한국 남성들은 실제 사이즈보다 조금씩 큰 옷을 입는 경향이 있다. 정장을 선택하는 데 치명적인 실수다. 전경련 CEO 모임에서도 ‘핏이 제대로 산’ 슈트를 입은 이는 3, 4명에 불과했다. 나온 뱃살을 염려해서, 왜소한 체격을 감추기 위해 실제보다 크게 입는 슈트는 더 뚱뚱하게 혹은 더 왜소하게 보이게 한다.

그리고 단 한 벌의 슈트를 골라야 한다면 정답은 클래식한 싱글브레스트(외줄 단추) 스트라이프 슈트다. 더블브레스트(두 줄 단추) 재킷은 뚱뚱한 체형을 더 강조하게 된다. CEO들의 옷차림을 보면 스트라이프 슈트가 단연 사랑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난한 단색 차림에서 벗어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즐길 수 있는 데다, 젊고 슬림해 보이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프 간격에 따라 종류도 다양한데 최근에는 화이트 스트라이프 외에 레드, 블루, 바이올렛 등 화려한 색상이 들어간 멀티 스트라이프 패턴도 각광받고 있다.

포켓치프나 보타이 등 액세서리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는 게 좋다. CEO가 입는 의상은 무채색 계열이 많은데 이때 패션 소품을 활용하면 생동감을 줄 수 있다. 포켓치프는 다소 딱딱한 정장 차림에 부드러운 인상을 더해 준다. 셔츠나 타이의 색상 중 하나와 비슷하게 맞추거나 보색 대비를 시키면 멋스럽다. 보타이도 유럽에서는 상류층과 패션 리더들이 즐겨 활용하는 기품 있는 액세서리다. 저녁 만찬 등에 활용하기 좋다. 진짜 멋쟁이는 신발에 포인트를 준다. 천편일률적인 블랙이 아닌 브라운 색상이 훌륭한 선택이다. 내추럴하면서도 클래식한 멋을 내는 브라운 윙팁(Wing Tip) 슈즈가 추천 아이템이다. 구두코에 달린 장식이 날개를 펼친 새를 닮아 윙팁 슈즈라 불리는데, 모든 색상의 슈트를 빛나게 하는 신발이다. 그리고 양말은 반드시 슈트 색상에 맞춰야 한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품격과 취향을 보여주는 몸가짐이다. 장 이사는 “전경련 모임에서 현재현 회장과 이웅열 회장 등이 돋보인 것은 옷차림뿐만 아니라 곧은 자세와 걸음걸이, 환한 표정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스럽게 옷을 갖춰 입더라도 피곤에 지친 인상과 구부정한 자세는 신뢰감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도움말 브리오니>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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