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단어]아들

  • 입력 2002년 5월 9일 14시 22분


아들이 한 나라의 정권을 쥔다면 아버지는 얼마나 신이 날까.

지난해 초 아들이 성서에 손을 얹고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조지 부시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한국의 무수한 아버지 가운데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본 이는 김홍조옹이 유일하다. 그는 92년 말 ‘차기 대통령’이 되어 집을 찾아온 아들에게 “내는 청와대는 안 갈란다. 멸치나 잡을란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예로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아버지 리친쿤옹이 있다. 아들의 31년 집권 동안 시계 가게 점원으로 일했다.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는 이들이 있으면 “나도 설에나 겨우 봐요” 하고 말했다 한다.

아버지가 한 나라의 정권을 쥔다면 아들은 어떤 심정이 될까. ‘나도 저렇게 훌륭하게 돼야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긴 있는 모양이다. 리콴유 전 총리의 장남 리셴룽(50)은 7세 때 아버지가 총리가 되는 걸 봤다. 아버지가 졸업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들어가 수석졸업했다. 아버지가 3개월 연수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 들어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5개 국어에 능통하다. 현재 싱가포르 부총리다. 2007년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아버지 덕에 벼락 출세한 자’라는 비판을 받을까봐 노심초사한다고 한다. 사실 그런 측면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내실도 없이 호가호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부러운 대목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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