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단어]반칙왕

  • 입력 2002년 2월 28일 14시 22분


인터넷에 이런 유머가 떠돌고 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후에 ‘반칙의 제왕’이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주연은 ‘할리우드 액션’에 능한 아폴로 안톤 오노, 조연은 리자준과 러스티 스미스 등이 맡고 쇼트트랙 심사위원중 주심인 제임스 휴이시가 메가폰을 잡았다.

반칙왕 하면 30대 이상 성인은 박정희 정권 시절 즐겨 보던 프로레슬링을 떠올린다. 그때나 지금이나 프로레슬링 경기에는 반드시 반칙왕이 있어야 한다. 외국 선수의 예상치 못한 반칙 공격에 우리 선수가 맥을 못 추고 있을 때 김일 선수가 등장해 박치기로 반칙왕을 제압하는 장면은 전국을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몇해 전에는 송강호가 주연한 ‘반칙왕’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예금유치 경쟁에서 늘 남에게 뒤지기만 하던 한 은행원이 직장상사에게 가상의 복수를 꿈꾸며 레슬링을 배우지만 경기를 치를 정도의 실력은 안 돼 반칙을 통해 관객의 흥미를 끈다는 내용이었다.

일상에도 자동차 끼어들기를 잘하거나 줄을 서면 늘 새치기하는 ‘반칙왕’들이 있다. 그래도 페어플레이가 금메달보다 소중하다고 믿고 있는 점잖은 사람들도 각종 반칙왕들이 너무 설치는 것을 보면 김일의 통쾌한 박치기 ‘한방’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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