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단어]데이지(Daisy)

  • 입력 2002년 1월 17일 14시 55분


데이지(daisy)는 꽃이름이다. 흰색이나 연분홍의 예쁜 꽃, 밤이 되면 오므라드는 가녀린 꽃이다. 영어로는 ‘미인’을 뜻하기도 한다.

미국 영문과 대학생 사이에 가장 인기있다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도 데이지가 나온다.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는 사랑을 갈구하는 주인공 개츠비를 끝내 배신하는 여인으로 데이지라는 인물을 그렸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미아 패로가 데이지 역을 맡았다. 젊은 날의 미아 패로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꽃보다 더 고왔다. 데이지는 아름다움에 어울리는 말인가 보다.

최근 데이지라는 말이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쓴 폭탄 데이지커터(Daisycutter) 때문이다. 전술핵에 버금가는 이 폭탄이 터진 곳에는 검은 버섯구름이 죽음의 꽃처럼 피어난다.

데이지커터는 원래 ‘낮게 날아가는 공’이나 ‘달릴 때 발굽을 높이 들지 않는 말’을 가리킨다. 이런 공이나 말은 키 작은 데이지의 꽃잎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최근 미 언어학협회는 2001년 ‘가장 완곡하게 쓰인 단어상(賞)’을 폭탄 이름 데이지커터에게 수여하기로 했다. 과연 데이지커터가 ‘완곡하게’ 쓰인 말일까. 데이지의 꽃말은 ‘평화’인 것을.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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