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작심삼일이라도…

  • 입력 2003년 1월 2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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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새해엔 뭐 새로운 계획이라도 있으신가? 웬만하면 영어공부라도 남만큼만 마쳐놓지 그러셔” 하고 나온 아버지한테 대학생 아들이 시큰둥하게 던진 대답이 이랬다.

“새해 계획요?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되어가는 대로 살죠. 뭐, 그래도 뭔가 목표가 있어야 할 거 아니냐고요? 글쎄요. 계획이나 목표가 거창한 거, 그거 좀 우습지 않나요? 보나마나 작심삼일, 용두사미로 끝날 게 뻔한 데 말예요. 굳이 무리할 일이 아니지 싶군요.”

사람 좋은 아버지, 이 녀석을 그냥 싶었지만, “그러셔?” 하고 말았다고.

“굳이 무리할 일이 아니라는데 나야말로 할 말이 없더군요. 그 뒤에 나온 말이 더 걸작이에요. 작심삼일, 용두사미로 끝내놓고 그것땜에 괜히 죄책감에 시달리기 싫다나요. 우리땐 적어도 계획이나 목표라도 거창해야 한다는 사명감 비슷한 건 있었던 거 같은데, 실천하려고 애도 썼고요.”

덕분에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도 거두었다고 여기는 그로서는 아들을 이해하기 힘들 게 분명했다. 죄책감이 겁난다고? 그럼 더 열심히 죽어라 공부하고 매달리면 될 거 아냐 하는 대답이 준비돼 있는 세대, 실제로 또 그렇게 살아온 세대가 아니던가. 요즘처럼 사고와 행동이 자유분방한 아들 세대가 다소 감당이 안될 수밖에.

그러나 요즘 세대들도 말은 그렇게 해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분명한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을 본다. 어떤 의미에선 더 치밀할 정도다. 단지 그 다양성이 기성세대의 눈에 혼란스럽게 보일 여지는 있지만. 그 아버지에게 아들이 심드렁해 보여도 분명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자신있게 해 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믿음 때문이다.

아무튼 새해가 시작됐다. 작심삼일이 됐든 용두사미로 끝나든 계획이나 목표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훨씬 낫다. 언젠가 죽음 직전까지 이르렀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을 150명이나 인터뷰했다는 사람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다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건 바로 남에 대한 도움과 지식의 탐구였다고 한다.

설령 작심삼일로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해도 잠깐이라도 뭔가를 배우기 위해 애썼다면 그 노력은 분명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중요한 건 그 점이 아닐까. 그러므로 새해엔 뭔가 새롭게 배울 결심을 한 분들이 있다면 작심삼일 따위는 겁내지 말고 정진하시기를.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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