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변덕꾸러기 남편

입력 2002-10-31 16:12수정 2009-09-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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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의 한 주부, 무슨 일에나 쉽게 훅 달아올랐다가 금방 싫증내는 남편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 골프같은 운동에서부터 사진 촬영 같은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남편의 관심사는 매우 다채로웠다. 문제는 거기에 열광하는 순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었다. 그때마다 사들이는 장비 값이 다 만만찮았던 것이다.

그래도 거기까진 참을 만했다. 아내로서 어지간히 무던한 타입인 그녀인지라 “자기가 돈 벌어 저 쓰고 싶은 데 쓴다는 데 어쩌겠어요”하는 쪽으로 입장 정리를 확실히 했던 것이다. 진짜 문제는 남편이 사람에 대해서도 똑같은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된 사람이 한두 번 만나본 상대한테도 금방 홀딱 반하는 거예요. 그러면 한동안, 그래봐야, 한두 달이지만, 그가 얼마나 성실한지, 인간성은 또 얼마나 좋은지, 실력도 꽤 있는 거 같고, 그러니 자기가 팍팍 밀어줘야겠다고 흥분해서 난리예요.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그 사람 얘기가 사라졌다 싶어서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죠. 그때마다 나오는 대답은 거의 정해져 있답니다. 알고 보니 그 친구, 인간성도 형편없고 실력도 변변찮고 성실하지도 못하고, 한 마디로 자기가 깜박 속고 만 거라나요.”

화가 치민 아내, 당신 바보냐, 언제까지 밤낮 속고만 다닐 거냐고 다그치면 그에 대한 남편의 대답 역시 정해져 있었다.

“내가 바보가 아니라, 나처럼 선량한 사람을 속이는 상대방들이 나쁜 걸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아내는 남편이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도 그런 식이라 크고 작은 손해를 볼 때가 많아 더 속이 상한다고 했다. 자기 사업이니 망정이지, 아마 회사에 다니며 그랬다간 시말서나 쓰다가 해고당했을 거라고.

그 자신의 말처럼, 남편은 분명 선량한 사람일 터였다. 상대방도 다 자기 마음 같은 줄 알고 먼저 손 내밀었다가 당하는 일도 있을 테고. 그러나 쉽게 사람들을 좋아했다가 금방 싫증내는 데는 분명 또다른 이유가 있다. 이런 타입은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무의식적인 조종욕구가 매우 강하다. 한 마디로, 상대방을 내 손아귀에 쥐고 맘대로 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곧장 등을 돌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나 주변에서도 그런 심리를 알 수 없으니 이 커플처럼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옹다옹 싸우다 지치고 만다. 이 남편의 경우, 방법은 자신에게 그런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상대방에 대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만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www.mind-open.co.kr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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