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건강한 경쟁심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6시 29분


부동산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 그는 얼마 전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었다. 3년 넘게 파트너로 함께 일한 부하직원의 배신 때문이었다. 직급도 나이도 달랐지만 같은 여자끼리라 서로 동지애적인 의리로 뭉친 사이였다. 좋은 일도, 힘든 일도 함께 해오는 동안 동료 이상의 애정을 서로에게 갖고 있기도 했다. 적어도 이 팀장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일이 터진 뒤에 알고 보니 상대방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사실은 능력 있는 상사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경쟁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놀랍고도 충격적인 건, 그쪽에서 그동안 저한테 보여준 태도예요. 무슨 일이나 당신만 믿는다, 나야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내가 이 정도라도 해 나가는 건 순전히 당신 덕분이다 하는 식이었거든요. 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어떻게 해서든 열심히 이끌어주려고 애썼고….”

그녀의 말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의논 한마디 없이 다른 경쟁 회사로 가 버렸으니 그녀로선 기가 막힌 게 당연했다.

“제가 더 마음이 상한 건, 이 친구가 그쪽에다 절 이기려고 스카우트에 응했다고 했다는 거예요. 우리 회사에선 저 때문에 눌려 지냈다고 하면서. 어떻게든 저보다 나은 업적을 보여주는 게 목표란 말까지 했다더군요. 제 앞에선 한번도 그런 눈치를 보인 일도 없었는데 말예요. 만나서 따졌더니 저와 일할 땐 정말 진심이었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상황인지 알 만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다른 건 몰라도 경쟁심이나 시기심 같은 감정은 표가 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정을 감추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 우리가 알기 힘든 무의식의 세계다. 자신이 지나친 경쟁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순종하고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걸 알 도리가 없으니, 이편에선 상대방의 이중인격에 감쪽같이 속았다고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거고.

건강한 경쟁심은 남에게 자기 자신을 보여주고 자신의 힘을 시험하는 것이다. 그런 경쟁심은 필요하고 정상적인 것이며 즐거움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지나치면 오히려 죄책감,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자신에게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병적으로 경쟁심이 발전하는 것을 막는 첫 번째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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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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