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살리자]읽고난 책 기부하는 풍토 만들어야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29분


도서관 모습
도서관 모습
도서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서관을 많이 신축하고 기존 도서관에는 책 구입용 예산을 대폭 늘려 지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정부가 도서관 분야에 이처럼 많은 예산을 일시에 투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분야부터라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도서관들이 최소한의 필요 도서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을 살리는 교사들’ 모임의 실무를 맡고 있는 서울 송곡여고 이덕주 교사는 “서울시 교육청 방침에 따르면 학교 전체 예산 중 도서관 운영비 및 도서구입비로 5%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각급 학교가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권장사항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시도교육청도 적지 않은 실정. 게다가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입을 위한 2002년도 정부 예산은 대폭 삭감의 위기에 놓여 있다.

현실적 보완책으로 도서관에 도서를 기부하는 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읽고난 책이나 자녀들이 커서 필요가 없어진 책을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 기증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서강대 국문학과 우찬제 교수는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도서관의 설립과 도서 구입을 정부에 대해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책을 자기 서가에만 소유하는 풍토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도서관의 경우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전임 사서를 배치해 달라는 것. 현재 1만여 개에 달하는 전국의 초 중 고교에서 사서가 있는 학교는 130여개교에 불과하다.

전임 사서가 없는 학교에서 도서관은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 잠깐, 그것도 격일제로 운영되곤 한다.

서울 중대부중 류주형 교사는 “일주일에 18시간(고등학교) 내지 20시간(중학교) 이상 수업을 하고 때로는 학급담임까지 맡으면서 도서관 사서노릇까지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당장 전임 사서를 둘 수 없다면, 도서관 담당교사의 다른 업무를 줄여 주든가 도서보조원이라도 두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일산 낙민초등학교의 학부모 박이선씨는 “학교도서관에 의무적으로 전임 사서를 두도록 관련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공공도서관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천도서관 김지봉 정보봉사과장은 “전국의 공공도서관 정책은 현재 문화관광부에서 적은 인원이 전체를 다 관장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스템 아래서는 도서관 활성화가 요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형편에 따라 도서관 운영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문화관광부에서 이를 총괄할 경우 인원도 부족할 뿐 아니라 지역사정을 파악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공공도서관 관계자들은 “지방자치단체가 문화관광부와 도서관의 현장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그 지역에 맞는 도서관 정책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 도서관 담당 직원이나 부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한상완 교수는 “창의성을 중점 개발한다는 정부의 교육개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지식기반사회 건설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도서관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형찬·김수경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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