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르 클레지오 방한 기념시 발표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3시 31분


지난 10월 14일부터 9일간 대산문화재단과 주한프랑스대사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프랑스 작가 장-마리 구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 - Marie Gustave Le Cl zio)가 한국 방문을 마치고 프랑스 니스로 돌아간 다음 날 한국으로 시 한편을 적어 팩스로 보내왔다.

서울에서 나흘, 광주에서 사흘을 보내며 한국의 음식과 문화, 자연을 체험한 감상을 시로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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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일요일 아침, 아내 제미아를 비롯한 일행과 함께 비가 내리는 화순 운주사를 찾은 르 클레지오는 천불천탑의 전설이 서려있는 운주사 곳곳을 돌아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의 대부분은 운주사에서의 감흥을 담고 있다.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르 클레지오는 원래 시인으로 문학 생활을 시작했다.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의 대표적 시인인 로트레아몽(Lautreamont)으로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시에 관해 상당한 조예를 갖고 있다. 이번에 르 클레지오가 쓴 「운주사, 가을비」는 그가 20년 만에 다시 쓴 시이다. 클레지오는 남도 여행중 방문했던 운주사의 풍광에 깊이 매혹됐다는 것이 대산문화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음은 르 클레지오가 보내온 시 운주사(雲住寺), 가을비」번역문 및 원문

< 운주사(雲住寺), 가을비 >

흩날리는 부드러운 가을비 속에
꿈꾸는 눈 하늘을 관조하는
와불
구전에 따르면, 애초에 세분이었으나 한분 시위불이
홀연 절벽쪽으로 일어나 가셨다
아직도 등을 땅에 대고 누운 두분 부처는
일어날 날을 기다리신다
그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란다.

서울거리에
젊은이들, 아가씨들
시간을 다투고 초를 다툰다.
무언가를 사고, 팔고
만들고, 창조하고, 찾는다.
운주사의
가을단풍속에
구름도량을 바치고 계시는
두분 부처님을
아뜩 잊은채

찾고 달리고
붙잡고 쓸어간다
로아*의 형상을 한 돌부처님
당신(堂神)을 닮은 부처님
뜬눈으로 새는 밤
동대문의 네온불이
숲의 잔가지들만큼이나
휘황한 상점의 꿈을 꾸실까?

세상 끝의
바다 끝의
분단국
겁에 질려
분별을 잃은 듯한 나라

무엇인가를 사고 팔고
점을 치고
밤거리를 쏘다닌다
서울이 불밝힌 편주(片舟)처럼 떠다닐때

고요하고 정겨운
인사동의 아침
광주 예술인의 거리
청소부들은 거리의 널린 판지들을 거두고
아직도 문이 열린 카페에는 두 연인들이 손을 놓지 못한다.

살며, 행동하며
맛보고 방관하고 오감을 빠져들게 한다
번데기익는 냄새
김치
우동 미역국
고사리 나물
얼얼한 해파리냉채
심연에서 솟아난 이 땅엔
에테르 맛이 난다.

바라고 꿈을 꾸고 살며
글을 쓴다

세상의 한끝에서
사막의 한끝에서
조명탄이 작열하며 갓 시작한 밤을 사른다.

갈망하고 표류하고
앞지른다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숲의 부러진 나무가지들처럼
나는 여기서 휘도는 바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속으로 회색의 아이들을 눕히는 바람에 대해
매운 사막의 관위로
기다리고 웃고 희망을 가지고
사랑하고 사랑하다
서울의 고궁에
신들처럼 포동포동한
아이들의 눈매는 붓끝으로 찍은 듯하다

기다리고 나이를 먹고 비가 온다
운주사에 내리는 가랑비는
가을의 단풍잎으로 구르고
길게 바다로 흘러
시원의 원천으로 돌아간다.
두 와불의 얼굴은 이 비로 씻겨
눈은 하늘을 응시한다
한세기가 지나는 것은 구름하나가 지나는 것
부처님들은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꿈꾼다
눈을 뜨고 잠을 청한다
세상이 벌써 전율한다.

서울-파리

2001년 10월 22일

* 로아의 신 : 곧은 콧대에, 반원형 눈썹을 한, 긴 얼굴의 이 아프리카의 신은 아이티를 거쳐서 한국 불교의 평심속에도 발견이 된다.

* 번역 : 최미경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 UNJUSA, PLUIE D'AUTOMNE >

Couchés sous la poussière d'eau douce
les dormeurs contemplatifs aux yeux rêveurs
tourné s vers le ciel
On raconte qu'ils étaient trois et que l'un d'eux s'est levé
a marché jusqu'au bord de la falaise;
les deux Bouddha ont leur dos encore soudés à la pierre
un jour ils se léveront à leur tour
et na tra le monde nouveau.

Dans les rues de Seoul
les jeunes gens, les filles
bousculent le temps arrachent des secondes.
Acheter vendre
créer inventer chercher.
Qui pense encore aux deux Bouddha
rêveurs sur la montagne
à Unjusa
Pilier des nuages
debout au milieu des feuilles rouges de l'automne?

Chercher courir
saisir emporter
Les Bouddha de pierre
aux visages des Loas*
aux visions des esprits des chamans
rêvent-ils parfois dans leur insomnie,
aux grands magasins du marché Dongdae Mun
aux lettres de néon aussi nombreuses
que les branches de la forêt?

A l'autre bout du monde
a l'autre bout de la mer
un pays fracassé
un pays aveuglé
griffé par la peur

Acheter vendre
voir
deviner
zigzaguer la nuit
quand Seoul s'illumine comme un navire

Et les matins sont si calmes
doux à Insadong
à Gwangju rue des Artistes
les balayeurs ramassent les cartons
dans un café encore ouvert deux amoureux se tiennent par la main.

Vivre, agir
goûter laisser glisser les sens
l'odeur des fritures de vers à soie
le kimchi
la soupe aux nouilles les algues
les fougères
les fils poivrés des méduses
cette terre jaillie des profondeurs de la mer
au goût d'éther

Vouloir rêver vivre
crire

A l'autre extrémité du monde
au bout du désert
les bombes à fragmentation à phosphore éclairent la nuit qui vient de commencer.

Désirer déraper
dépasser
les lettres s'allument
comme les branches brisées de la forêt
ici je pense au vent qui tord
au vent qui couche les enfants gris dans la mort
sur l'âcre cercueil du d sert

Attendre rire espérer
aimer aimer
au jardin du palais de Seoul
les enfants sont ronds comme des dieux
leurs yeux ont été peints à la pointe des pinceaux

Attendre vieillir pleuvoir
sous la pluie qui tombe doucement à Unjusa
glisse sur les feuilles rouges de l'automne
joint ses doigts en longs bras vers la mer
retour vers les profondeurs natales.
Les visages des deux Bouddha couchés sont usés par cette pluie
leurs yeux voient le ciel
chaque siècle qui passe est un nuage qui passe
ils rêvent d'un autre temps d'un autre lieu
ils dorment leurs yeux ouverts
le monde a commencé à trembler.

Seoul-Paris
lundi 22 octobre 2001

* : ces longs visages au nez rectiligne, aux arcades sourcilières proéminentes qui ont traversé le temp de l'Afrique jusqu'en Haïti, et que je retrouve en Corée, dans la paix du Bouddhisme.

<윤정훈 기자>digana@donga.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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