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장정일, 문단을 향해 쏟은 독설"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13분


문단의 '앙팡 테리블'로 불리는 소설가 장정일(39)씨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다룬 <장정일-화두, 혹은 코드>(행복한책읽기)가 23일경 출간된다.

대구 집필실에서. 장정일은 극도로
얼굴을 노출하길 꺼리고 있다.
출판사에서 100여개의 사진을
찍었지만 이 사진을 포함해
두 컷만 놔두고 모두 퇴짜를
놨다고 한다.

이 책에는 소설 < 내게 거짓말을 해봐 > 음란물 소송때 변호를 맡은 강금실씨의 변론기, 그의 극렬한 실험적 글쓰기에 대한 옹호와 비판을 담은 문학평론가 신철하씨의 평론, 그의 소설이 영화계에 끼친 영향을 탐구한 영화평론가 전찬일의 평론 등이 실려있다. 그리고 장씨의 대표시 11편과 단편소설 < 모기 >, 중편 < 보트하우스 >를 개작한 시나리오 등도 함께 수록됐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중편 < 중국에서 온 편지 >이후 2년여 만에 볼 수 있는 장씨의 육성이다. 장씨는 예전에 썼던 '개인기록'류의 단상(斷想) 형식을 빌어서 우리 문단과 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고 있다. 마흔의 고개를 넘었지만 장씨 특유의 독설과 야유의 예리한 날은 녹슬지 않아 보인다.

장씨는 '무임승차'란 글에서는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지 않은 작가들을 겨냥해 "사회적 사안이 생길 때마다 양심가인 양 짧은 글을 신문에 써대는 행태"를 비판한다.

"문인들의 사회의 치부를 향해 감놔라 배놔라 라고 말하고 싶거든, 시민운동단체에서 발로 뛰어야 한다. 여기에 무임승차는 없다."

'상식'이란 글에서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판했던 "고소득 작가 선생님"을 지목하며 "자신은 성실한 세금 납세자이면서 탈세한 기업인을 옹호하는 것은 무슨 관용에서일까?"라고 반문한다.

"선생님이 우려하시는 것처럼 세무조사가 공권력에 의한 언론 길들이기라면 거기에 대해서는 새로운 전선이 필요하지 (…) 공정한 세무조사 자체가 집행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시업 평가에 있어 논란을 빚고 있는 미당(未堂) 서정주에 대해서는 "친일 이력과 역대 독재 정권에 대한 추파라는 허물은 사형선고를 내릴만 하다"고 미당 비판론자를 옹호하면서 "시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의 시가 아니라 그의 삶에 대해서, 그것도 실제의 죽음이 아니라, 고작 상징적인 죽음을 선고할 뿐"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장씨는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도발적인 시선을 던진다. '복수'에서는 10대 매매춘 범죄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은 처벌을 받고 나온 재소자의 재활을 원천차단한다는 점에서 "야만스럽기 짝이 없"으며, "연좌제(連坐制)"와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예쁜 연예인"에 대한 흠잡기도 그에게는 못마땅하다. 공부를 못했을 것 같은 연예인으로 꼽히는 김희선 최지우 등을 꼽는 세태도 장씨가 보기에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는 "예쁜 사람이 머리 나쁜 것은 신이 그만큼 공평하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옹호했고, 나아가 "안티미스코리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엄청 잔인하게 느껴진다"고도 말했다.

문단의 촉망을 한 몸에 받았던 시인이기도 한 장씨는 시에 대해서, 정확하게는 시가 많이 읽히는 사회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읽는 것은 '알 듯 말 듯한 것을 즐기는 문화'"라면서 "좋은 시를 읽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시를 읽을 것이 아니라 좋은 산문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집이란 세 부류의 사람들만 보면 족한데, 그들은 바로 현역시인, 이들의 연구자, 앞으로 시를 쓰려는 사람들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처럼 시집을 지천으로 읽는 청년이 많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것. 내처 "알 듯 말 듯한 걸 읽으면 거기에 생을 거는 청년이 많을수록 요기가 많은 인도처럼 저주 받으리라"고 일갈한다. 그는 "네 권의 <독서일기>를 내면서도 시집에 대해서는 단 한 개의 감상문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급진적인 주장 담은 글을 내면서도 장씨는 이런 단상을 "잡문도 못되는 글"이라고 스스로 폄훼하면서 글의 제목을 ‘아무 뜻도 없어요’라고 지었다. 그러나 '음란물' 혐의를 받았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 '신작소개'의 단상 읽기

<윤정훈 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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