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범수-진양혜부부 육아칼럼]"나도 동생이 생겼어"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37분


새로운 식구가 생긴다는 것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기쁘고 감사한,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특히 언제부터인지 “나도 동생을 갖고 싶어. 나에게도 형이라고 불러줄 사람이 필요해”라며 동생을 만들어 놓으라고 보채던 큰 아이는 얼굴 한 가득 웃으며 기뻐했다.

올해로 일곱 살이 된 큰아이는 유치원 친구들 중에 형이나 동생이 있어 함께 노는 아이들이 부러웠는지 부쩍 동생을 갖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던 터였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각각에겐 책임이나 자세 등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현재의 생활도 변화가 불가피해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겼다. 어른이 이 정도이니 아이는 얼마나 더 스트레스를 받게될까. 엄마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동생을 기다리던 큰 아이도 막상 엄마가 동생을 낳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자 “엄마 아픈 거 싫어. 동생 없어도 돼”하며 불안해하고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엄마 아빠와의 강한 애착관계 속에서 사랑을 독차지했던 큰 아이에게 막 태어난 동생은 마냥 신기하고 예쁘기만 한 존재는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큰 아이가 심리적인 충격없이 동생을 받아들이고 형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도록 이해시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혹 동생에게만 일방적인 관심을 갖는다고 느끼거나 본인이 소홀히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동생과 나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큰애는 부쩍 어릴 때 사진을 꺼내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나는 왜 동생하고 다른 병원에서 태어났어?” “나 태어날 때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꽃 보내셨어?” “나는 어떤 우유 먹었어? 왜 동생은 더 좋은 거 먹어?” 등. 동생의 초음파 사진과 자신의 것을 비교, ‘분석’하기도 하고 옷가지나 장난감을 정리 할 때도 꼭 자신이 먼저 확인 한 후 동생에게 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동생이 생긴 후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없게 돼 유치원 동무들과 ‘디지몬’ 놀이를 하지 못하게 된 것도 불만일 것이다. 어쩌면 큰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스스로 깨닫고 적응해야 할 통과의례를 겪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유치원에 가기 전 동생에게 인사를 하며 엄마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제법 어른스럽게 이야기한다. “야, 너 우유 많이 먹고 빨리 커라. 그래야지 형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와서 ‘디지몬’ 놀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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