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범수-진양혜부부 육아칼럼]"나도 동생이 생겼어"

입력 2001-04-11 18:37수정 2009-09-2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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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식구가 생긴다는 것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기쁘고 감사한,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특히 언제부터인지 “나도 동생을 갖고 싶어. 나에게도 형이라고 불러줄 사람이 필요해”라며 동생을 만들어 놓으라고 보채던 큰 아이는 얼굴 한 가득 웃으며 기뻐했다.

올해로 일곱 살이 된 큰아이는 유치원 친구들 중에 형이나 동생이 있어 함께 노는 아이들이 부러웠는지 부쩍 동생을 갖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던 터였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각각에겐 책임이나 자세 등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현재의 생활도 변화가 불가피해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겼다. 어른이 이 정도이니 아이는 얼마나 더 스트레스를 받게될까. 엄마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동생을 기다리던 큰 아이도 막상 엄마가 동생을 낳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자 “엄마 아픈 거 싫어. 동생 없어도 돼”하며 불안해하고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엄마 아빠와의 강한 애착관계 속에서 사랑을 독차지했던 큰 아이에게 막 태어난 동생은 마냥 신기하고 예쁘기만 한 존재는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큰 아이가 심리적인 충격없이 동생을 받아들이고 형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도록 이해시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혹 동생에게만 일방적인 관심을 갖는다고 느끼거나 본인이 소홀히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동생과 나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큰애는 부쩍 어릴 때 사진을 꺼내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나는 왜 동생하고 다른 병원에서 태어났어?” “나 태어날 때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꽃 보내셨어?” “나는 어떤 우유 먹었어? 왜 동생은 더 좋은 거 먹어?” 등. 동생의 초음파 사진과 자신의 것을 비교, ‘분석’하기도 하고 옷가지나 장난감을 정리 할 때도 꼭 자신이 먼저 확인 한 후 동생에게 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동생이 생긴 후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없게 돼 유치원 동무들과 ‘디지몬’ 놀이를 하지 못하게 된 것도 불만일 것이다. 어쩌면 큰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스스로 깨닫고 적응해야 할 통과의례를 겪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유치원에 가기 전 동생에게 인사를 하며 엄마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제법 어른스럽게 이야기한다. “야, 너 우유 많이 먹고 빨리 커라. 그래야지 형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와서 ‘디지몬’ 놀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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