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섹스파일] ‘성욕’은 정년퇴직이 없다

  • 입력 2003년 1월 24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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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셋. 그녀를 만났다.’ ‘제한 상영’ 등급을 받아 세간의 주목을 받은 영화 ‘죽어도 좋아’의 포스터에 적힌 문구다. 이 영화는 사회적 편견으로 무시당했던 노년의 사랑과 성에 관한 문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작품. 영화의 예술적 측면은 차치하고, 일반인이 이 영화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인의 성에 관한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화관람 평을 살펴본 결과 부정적인 견해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견해에서도 불합리한 편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에 호의적인 사람들조차 대체적으로 “70세 노인도 저런 사랑이 가능하구나” 하는 식의 ‘막연한 인정’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인간의 성에 대한 욕구가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노인의 성에 대한 문제는 막연한 인정이 아니라 이해하고 준비하는 차원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간의 성에 대한 욕망은 정년퇴직이 없다. 하지만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은 노인들에게 성에 대한 침묵을 강요한다.

인간의 모든 신체 기능은 나이가 들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성기능도 마찬가지인데 기능이 저하된다고 해서 성욕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남성의 경우 70세가 넘어도 20대의 3분의 2 정도의 성욕을 관장하는 남성호르몬을 유지한다. 여성의 경우는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의 감소와 남성호르몬의 증가, 임신에 대한 부담감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성욕이 강해진다. 성적 욕망과 기능이 가장 왕성한 시기는 남성은 18∼20세, 여성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고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70∼80대까지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요즘 부쩍 비뇨기과 클리닉을 찾는 60, 70대 남성들이 많아졌다. 그들 모두 적극적으로 성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방법과 쇠퇴해진 발기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의학적인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일부 노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박천진/ 강남 J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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