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전생으로의 여행<나의 지구를 지켜줘>

  • 입력 2001년 8월 10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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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아리스'는 내성적인 성격에 수줍음 많고 얌전한 여고생. 아리스는 아버지의 전근으로 갑자기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전학온 뒤 좀처럼 대도시에 적응할 수 없어 괴롭다. 소음, 매연, 넘쳐나는 자동차와 사람들 속에서 향수병에 시달리는 그녀.

어느날 아리스는 뜻하지 않게 동급생 '진파치'와 '잇세이'가 오랫동안 꿈을 공유해 온 특별한 비밀을 알게 된다. 각자의 꿈에서 그들은 지구인이 아니며 달에서 지구를 관찰하는 과학자. 게다가 이들의 꿈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절묘하게 일치한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흘려들은 아리스마저 같은 꿈을 꾸게 되면서 사건은 급진전된다. 우여곡절끝에 자신들의 전생이라 추측되는 꿈을 공유하는 7명의 소년소녀가 모두 모이게 되고. 과연 전생의 기억을 되살리는 그들이 지구에서 다시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만화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지난 95년 국내에서 21권으로 완간됐던 <내사랑 앨리스>가 원제 그대로 재출간된 것. 현재와 전생의 기억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 7명의 갈등과 고민을 심도있고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이다.

특히 이 작품은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판타지적 전개와 완성도 높은 구성력이 돋보인다. 또 다른 자신의 존재를 자각한 캐릭터들의 심리묘사와 '전생을 기억해낸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스토리 전개가 매우 뛰어나다.

사실 이들 주인공들을 지배하는 전생은 추억이라 불리우는 아름다운 것들로만 가득차 있지 않다. 질투로 추악해진 마음, 치졸할 정도의 비열함, 위선, 배신으로 얼룩져 있는 괴로움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

그래도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이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속삭인다. 과거를 용서하고 현재와 화해해야 우리의 시간이 미래로 이어진다고. 몽환적이면서도 투명한 그 속삭임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김지혜<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_ja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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