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아버지와나>아버지를 생각케하는 만화수필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30분


“최근 아버지와 얘기를 나눠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무릎을 맞대고 요즘 아버지는 어떻게 사시는지 무슨 생각을 갖고 계신지 들어보거나, 자식인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해 본 적이 있습니까.”

이런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쎄요…”하며 머리를 긁적일 것이다.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만화 수필 ‘아버지와 나’(바다출판사·8500원)가 출간됐다.

어릴 적 아버지는 불가능한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허물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차츰 변하기 시작한다. 보수적인 루터파 교회의 목사였던 아버지. 미술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진보적인 생각을 갖게 된 아들. 극과 극에 선 두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하게 되고 나중엔 거의 등을 돌리고 살게 된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 가시돋친 말만 내뱉어 도저히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사람. 그러나 아버지가 일흔이 넘으면서 알츠하이머병, 즉 치매에 걸리게 되자 아들은 아버지의 병수발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아들은 어린애처럼 보살펴줘야 하는 대상이 된 아버지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면서 오랜 세월에 걸친 애증을 털어내고 화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아버지와 병수발을 하는 아들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세상의 부모와 자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미국의 화가이자 애니메이터로 현재 구겐하임 미술관 연구원으로 있는 존 휴즈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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