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황포돛배에 몸싣고 가을속으로…

  • 입력 2003년 9월 17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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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축제가 한창인 경기 여주의 남한강에 황포돛배 유람선이 운행중이다. 신륵사의 다층전탑 아래 절벽에서 내려다 본 강상의 황포돛배. 조성하기자
도자기 축제가 한창인 경기 여주의 남한강에 황포돛배 유람선이 운행중이다. 신륵사의 다층전탑 아래 절벽에서 내려다 본 강상의 황포돛배. 조성하기자
도자기 축제(30일까지) 한창인 ‘경기 남도’의 이천 광주 여주. 연휴에는 차댈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던 이곳도 지금은 좀 한가롭다. 가을로 접어드니 한낮 땡볕도 잠시.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종일토록 볼 터이니 나들이길 여행길이 즐겁고 또 신난다. 여주 남한강에서는 황포돛배가 뜨고 이천 시 장호원 읍에서는 황도 복숭아 축제(19∼21일)가 열린다. 세 축제장 오가는 길에 들를 만한 ‘천서리 막국수 촌’의 막국수 와 편육도 이 가을에는 그 맛이 더 깊다.

● 남한강 푸른 물에 두둥실 황포돛배

지난 15일 오후. 여주 신륵사 앞 남한강 강심에 황포돛배가 떴다. 태풍으로 불어난 강물은 멀리서도 그 흐름이 확연히 드러날 만큼 유속이 빨랐다. 그러나 나무로 지은 황포돛배는 조금도 밀리지 않고 유유히 강을 거슬러 올랐다.

이 배는 여주 군청이 외지 관광객을 위해 최근 운행을 시작한 유람선. 모양은 황포 돛을 단 거룻배지만 사실은 디젤엔진의 스크루 추진 동력선이다. 덕분에 빠른 물 흐름에도 끄덕 없이 강을 오르내릴 수 있다. 운항 코스는 신륵사를 출발, 300m 상류의 강안 절벽 바위 꼭대기의 팔각정(강월헌)으로 거슬러 올랐다가 하류의 여주 군청까지 내려간 뒤 선수를 돌려 신륵사로 돌아오는 왕복 형으로 총거리는 4.5km(45분소요).

◇황포돛배 타기 △운행=평일(월∼토) 오후1시∼5시, 휴일(공휴일) 오전 11시∼오후 5시에 매시 정각(오후 12시만 제외) 조포 나루(신륵사 앞) 출발. 예약은 받고 선착순으로 승선. △요금=현재는 무료. 요금 징수에 관한 조례가 공포(10월초로 전망)되면 3000원(어른) 2000원(어린이 청소년). △승선 인원=12명 △찾아가기(조포 나루)=여주 대교(42번국도) 동쪽 끝 사거리에서 ‘신륵사’ 이정표 따라 진입로로 들어온다. 여주 도자기 축제장과 붙어 있다. △문의=여주 군청 문화 관광과 031-880-1866

● 천상의 맛 장호원 황도 복숭아

일제 치하 일본인에 의해 시작된 장호원의 복숭아 재배. 70년 역사에 힘입어 장호원은 한국 복숭아 산지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장호원 복숭아는 세 종류. 노란 빛깔의 미백(수밀도)과 붉은 빛 감도는 천중도, 그리고 노란 속살의 황도다. 세 종은 7월 중순부터 한달 터울로 차례차례 수확되는데 맛 역시 그 순서를 따라 마지막의 황도가 최고. 황도은 요즘이 제철. ‘장호원 복숭아 축제’(19∼21일)가 지금 열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축제장은 이천(경기)과 음성(충북)의 도경계인 청미천 둔치. 재배 농가가 무려 500호나 밀집한 장호원 복숭아의 원산지 백족산 아래다. 산자락 뒤덮은 남천 마을(오남 3리)의 복숭아 과수원에 가보니 봉투 뒤집어 쓴 황도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진영 농원 주인 문용기씨(011-249-4194)는 “복숭아는 냉장고에 넣지 말고 상자 채 통풍이 잘되는 곳에 한 이틀 두어 숙성시켰다가 먹어야 맛있다.”고 요령을 알려주었다. 요즘 가격은 15개 들이 한 상자(4.5kg)에 2만∼2만5000원. 축제장에 오면 맛있는 황도를 맛보며 살 수 있다. 전화 주문 택배도 가능.

◇찾아가기(장호원 복숭아 축제장)=이천∼3번국도∼장호원 읍∼진암 교차로(고가도로 밑에 장호원 복숭아 기념물)∼3번·38번국도(충주 방향)∼700m. 장호원 읍내의 도로 바닥에 표시된 이정표 확인. 축제 홈페이지(www.peachfestival.co.kr)

● 천서리 막국수촌의 ‘강계 봉진 막국수’

이포 대교 앞 사거리에 자리 잡은 ‘천서리(여주군 대신면) 막국수촌’. 30여개 음식점 가운데 막국수 식당만 12개다. 이곳에 막국수촌이 형성된 계기를 마련한 이는 원조인 ‘강계 봉진 막국수’의 주인인 강진형씨(78).

강씨는 평북 강계가 고향인 실향민. 그가 28년 전(1975년) 이포 나루 앞에서 시작한 것은 메밀묵 장사. 그러다 3년 후 메밀 막국수를 말기 시작했다. 그 막국수는 대나무 통에 메밀 반죽을 밀어 넣고 마디에 뚫어 둔 구멍으로 국수 가락을 뽑아내어 장독에서 막 푼 김치 국물에 훌훌 말아 먹던 고향의 맛 그대로였다고.

이 상큼한 강계 식 막국수는 입소문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80년대 초 인근 도로의 포장에 이어 이포 대교가 놓이고 마이카 붐을 타고 자가용 나들이객이 늘면서 명소가 됐다. 이후 막국수 식당이 몰리면서 이곳에 ‘막국수촌’이 형성됐다.

아직도 메밀만큼은 순 우리 메밀을 계약 공급 받아 쓰고 국수에는 밀가루를 섞지 않는 강씨, 장남(봉진·32)과 차남(봉순·28)의 국수 뽑기 등 대물림 된 식당 운영, 아직도 매일 아침에 양념 등 모든 음식 맛을 직접 보는 강씨 부인(유영필·61). 강씨 일가족의 전통 맛 지키기 노력은 오늘도 고집스레 이어진다. 그래서 이곳은 평북 출신 실향민이 고향의 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몇 남지 않은 식당 가운데 하나다.

막국수(비빔, 물) 5000원, 편육 8000원. 둘째 넷째 월요일과 명절 당일은 쉼. 영업은 △주말 및 휴일 오전 10시 반∼오후 9시 △평일 오전 11시∼오후 8시. 031-882-8300

◇찾아가기=①여주 읍내(터미널 사거리)∼37번국도(양평 대신 방향)∼여주 대교∼오학 사거리∼천서 사거리(이포 대교 앞) ②올림픽대로∼미사리∼팔당대교∼6번국도∼양평∼37번국도∼양평 읍사무소∼12km∼천서 사거리(이포 대교 앞).

여주·이천=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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