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87>표(머리털 드리워질 표)

  • 입력 200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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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는 소전체에서부터 등장하는데, 왼쪽은 長(길 장)의 변형이고 오른쪽은 삼(터럭 삼)이다. 표는 사실 지팡이를 짚고 머리를 길게 드리운 나이 든 사람을 그린 長에서 분화한 글자인데, 長이 ‘길다’와 ‘나이 든 사람’ 즉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자 다시 삼을 더했다.

한자에서 삼은 무늬나 장식이 화려하거나 털이 무성함 등을 나타내는데, 彩(무늬 채)는 강렬한 햇살(삼) 아래서 나무의 열매를 손으로 따는(采·채) 모습이고, 彭(성 팽, 膨과 澎의 원래 글자)은 북(8·주)에서 퍼져 나오는 강렬한(삼) 소리를 형상했고, 동(붉을 동)은 붉은 색(丹·단)이 주는 강렬한(삼) 색감을, 彪(무늬 표)는 얼룩덜룩한 호랑이(虎·호)의 멋진(삼) 무늬를, 尨(삽살개 방)은 털이 무성한(삼) 개(犬·견)의 일종을 말한다.

그래서 표로 구성된 한자는 주로 ‘머리칼’과 관련된 뜻을 가진다. 예컨대 髮(터럭 발)은 표에 소리부인 ?(달릴 발)이 더해진 구조인데, 표가 회의구조로 의미만 표시하고 독음을 나타내지 못하자 소리부를 더해 형성구조로 변한 글자이다. ?은 犬에 지사 부호인 별(삐침 별)이 더해져 ‘개(犬)의 한쪽 다리에 줄을 매어 끌어 비틀거리는 모습’이라고 ‘설문해자’에서 풀이했는데, 이후 跋(비틀거릴 발), 拔(뺄 발) 등으로 분화했다.

또 鬚(수염 수)에서 표에 더해진 須(모름지기 수)는 원래 얼굴(頁·혈)에 더부룩하게(삼) 자란 ‘수염’을 말했는데, 須가 ‘마땅히’라는 부사적 의미로 가차되자 다시 표를 더해 만든 글자이다.

나머지, 곤(머리 깎을 곤)은 머리칼(표)을 깎아 세워 우뚝하게(兀·올) 만든 모습이며, 종(상투 종)은 머리칼(표)을 말의 갈기처럼 우뚝한(宗·종) 모습으로 묶어 놓은 모습을 말한다. 또 (결,계)(상투 계)도 머리를 우뚝하게 묶어 올린 ‘상투’를 말하는데, 吉(길할 길)이 남성 상징물(士·사)을 집 입구(口·구)에 세워두고 숭배하던 모습을 그린 것임을 고려해 본다면, (결,계)는 성인 남성(吉)을 상징하는 머리(표)의 모습을 뜻하는 셈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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