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전통춤이 비발디 ‘사계’에 휘감기니 한국무용 새 지평선 환하게 드러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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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윈터드림’ ★★★☆

젊은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몸짓과 현대음악이 결합한 국립무용단의 ‘윈터드림’. 국립무용단 제공
젊은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몸짓과 현대음악이 결합한 국립무용단의 ‘윈터드림’. 국립무용단 제공
전통 춤사위가 현대음악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국립무용단의 신작 ‘윈터드림’(24∼29일 서울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은 한국무용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줬다.

국립무용단의 간판스타 이정윤(36)이 안무를 맡고 주역으로 출연도 한 이 작품에는 그의 후배 단원들이 함께 나와 젊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무용수들의 손끝은 이 춤이 전통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줬으나 막스 리히터가 재해석한 비발디의 ‘사계’에 맞춰 빠르게 도약, 회전하고 감정선을 드러내면서 생기가 솟아났다. 하지만 음악과 무용이 손을 맞잡은 것처럼 앙상블을 이뤄도 이야기 자체가 단순한 구조이다 보니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브라운(이정윤)은 뮤즈이자 연인인 그린(송지영)을 사고로 잃는다.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브라운의 꿈에 그린이 나타난 뒤 다시 무대에 설 힘을 얻는다. 브라운이 연 오디션에서 젊은 무용수들은 열정적인 몸짓을 선보인다. 그중 레드(송설)와 화이트(박혜지 이요음)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발탁돼 꿈을 향해 도전한다.

레드 역을 맡은 국립무용단 단원 송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시원시원한 춤사위, 변화무쌍한 연기는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집중하게 만들었다. 인턴 단원 12명의 군무도 역동적이었다.

포스터와 프로그램 북, 티켓 예매 사이트 어디에서도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던 ‘깜짝 손님’도 있었다. 애절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을 따라 중간 중간 구음으로 노래했던 이는 소프라노 임선혜였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는 24일 첫 공연 날 귀국해 곧바로 국립극장으로 달려왔다. 이정윤이 그에게 음악에 대한 조언을 구하다가 “하이라이트 부분에 목소리가 담기면 좋겠다”고 제안해 임선혜가 공연에 합류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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