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록死? 록生!…동서양 음악계 “2006 록 부활하다”

  • 입력 2006년 5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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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의 독무대가 시작됐다.”

뭘 믿고 그렇게 말했을까. 그러나 데뷔 22년차 4인조 록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기타리스트 데이브 나바로의 예언은 적중했다. 이들의 9번째 앨범 ‘스타디움 아카디움’은 9일 발매되자마자 미국 영국 일본 등 20개국 앨범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첫 싱글 ‘대니 캘리포니아’는 한 주 만에 미국 내에서 10만 건의 MP3 파일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했다. 록 팬들은 ‘중견밴드’에서 ‘2006년 인기 밴드’로 명함을 바꾼 이들을 보며 조심스레 말한다.

“이제 록의 부활이 시작된 것인가?”

○ 록으로 전향한 팝 가수들도 한 몫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중견 밴드들의 컴백과 록으로 전향한 팝 가수들의 인기 등으로 대표되는 해외 록이라면 부활론에 ‘끄덕끄덕’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벤트 성 록 음악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월드컵 록’이라면? 아직은 ‘갸우뚱’이다.

1990년대 ‘그런지 록’, ‘브릿 팝’, ‘네오 펑크’, ‘뉴 메탈’에 이어 2000년 초 ‘하이브리드’로 트렌드를 이어온 록 음악은 이후 힙합 음악에 밀려 힘을 잃었다. 그러나 20일자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록 밴드 ‘툴’의 5년 만의 새 앨범 ‘10,000 days’가 1위에, 1990년대 ‘그런지록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록 밴드 ‘펄 잼’의 새 앨범이 2위에 각각 올랐다. 22일자 영국 차트 역시 ‘스노 패트롤’과 ‘피더’ 등의 록 밴드들이 1∼3위를 차지하는 등 록 음악이 팝 차트를 독식해 온 흑인음악에 제동을 걸었다.

이러한 ‘록의 부흥’은 일종의 ‘희구’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 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는 “그간 힙합에 밀려 ‘비주류’ 취급을 받았던 록 음악을 이제는 주류 문화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음악 팬들에게 널리 퍼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록으로 전향한 팝 가수들의 ‘팝 록’ 장르도 록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와츠 레프트 오브 미’로 빌보드 앨범차트 2위를 차지한 보이 팝 밴드 ‘98 디그리스’의 전 멤버 닉 라세이나 모던록 곡 ‘언리튼’으로 80만 건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한 여가수 나타샤 베딩필드 등이 쉬운 멜로디로 록 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또 전통적으로 록 음악이 강했던 일본 음악계도 최근 힙합 가수들이 득세했지만 인디 록 밴드 출신의 ‘레미오로멘’이 싱글 ‘고나유키(粉雪)’로 90만 장 이상의 싱글 판매를 기록했다.

그룹 ‘시나위’의 보컬 신대철은 “10년마다 록 음악이 주기를 갖고 인기를 얻는다”며 “1, 2년 안으로 다시 록이 대중음악의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은 ‘월드컵 록’…

한국 록의 경우 ‘2006 독일 월드컵’과 맞물렸다. ‘윤도현 밴드’의 ‘애국가’ 록 버전부터 최근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한 싸이의 ‘위 아 더 원’이 대표적인 록 응원가. 그 외 ‘크라잉 넛’,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서 등의 응원가가 미디엄 템포 발라드 일색인 가요계를 비집고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여성 그룹 ‘쥬얼리’의 리더 박정아는 7월경 록 솔로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음악 자체로 인정받는 해외 밴드들과 달리 국내 록 음악은 ‘월드컵’이라는 이벤트에 초점이 모아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월드컵 록’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팝 칼럼니스트 성우진 씨는 “‘록 스피릿’이나 음악적 완성도보다 상업성이 짙은 이벤트성 음악으로 한국의 록 음악계가 물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수 겸 DJ 배철수 씨는 “‘록음악=반항 문화’라는 과거의 등식과 달리 갈수록 체제 순응적인 록 음악이 등장하면서 록이 젊은이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며 “국내든 해외든 실력 있는 록 밴드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내야만 진정한 ‘록의 부흥’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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