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힙합맨들의 단합대회 ‘무브먼트 콘서트’

  • 입력 2006년 5월 14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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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e #1… "세상이 변했어."

"어이, 거기 래퍼."

불과 5~6년 전 일이다. 그들은 각자의 이름이 아닌 "래퍼"로 불렸다. 대기실도 없어 건물 옆 계단에서 랩을 연습했던 그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래퍼들을 보기 위해 1만여 명의 관객들이 몰렸고, 4시간 넘는 공연 내내 "손들어", "몸 흔들어" 같은 힙합맨들의 명령에 관객들은 복종했다. '무아지경'의 콘서트 장은 '한증막'이었다.

▽바비 킴(부가킹즈)="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닭살이 쫙 돋았어. 힙합 하나로 우리가 뭉칠 수 있다는 건 감격적인 사건이었어. 이제 더 이상 방송국 앞 편의점에 숨어서 랩 연습은 하지 않아."

1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합동 힙합 공연 '무브먼트 콘서트'는 힙합맨들의 '단합대회'였다. '드렁큰타이거', '리쌍',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 양동근 등 20명의 래퍼들이 얽히고설켜 공연을 펼쳤지만 목소리는 하나였다. "이것이 힙합이다!"

Verse #2… "10년 만에 이루어졌죠."

'무브먼트'는 '지누션', '원타임' 등 양현석 사단이라 불리는 'YG', 주석으로 대표되는 '마스터플랜(MP)', 'DJ DOC'의 '부다 베이비'와 함께 국내 힙합 크루(crew) 중 하나. 그러나 '무브먼트'가 돋보이는 것은 소속사가 아닌 술과 친목으로 다져진 크루라는 점이다.

▽주비(부가킹즈)="벌써 10년이나 됐죠. 타이거JK(드렁큰타이거), 바비 킴(부가킹즈)… 힙합 형님들이 주축이 됐어요. 가입 조건도, 가입비도 없죠. 그저 '힙합 열정' 하나면 돼요."

▽은지원="10대들이 솔직하고 메시지 강한 음악이라고 힙합에 점점 열광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 자체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Verse #3… "세대를 넘나드는 힙합을 만들어요."

이번 콘서트는 '다이나믹 듀오', 'TBNY', '에픽하이'가 이끈 1부, '올 블랙', 더블K, 은지원의 2부, MCK, '부가킹즈', '리쌍'&'윈디시티'의 3부, 양동근, 윤미래(T), '드렁큰타이거'의 4부로 이어졌다. 특히 척수염을 앓고 있는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 JK는 "힘들어도 오늘만큼은 놀아보자"며 투혼을 발휘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13팀의 합동 무대. '리쌍'의 '러시'와 'CB mass'의 '진짜' 등을 13팀이 함께 불렀다.

▽김반장(윈디시티)= "현재의 힙합문화는 1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만의 음악과 패션 트렌드이기 때문에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로 거듭나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소속사를 넘어선 힙합맨들의 이번 무브먼트는 의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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