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백작의 절규 노래할땐 벅찬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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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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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주인공 류정한-신성록 씨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주인공 몬테 크리스토 역으로 출연하는 류정한(왼쪽) 신성록 씨. 홍진환 기자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주인공 몬테 크리스토 역으로 출연하는 류정한(왼쪽) 신성록 씨. 홍진환 기자
한 남자가 있다. 20대에 선장이 될 만큼 유능했던 사내. 결혼을 앞두고 감옥으로 끌려가 18년이나 세상과 차단됐던 사내. 사랑과 젊음을 빼앗아간 원수들에게 손 하나 까딱 않고 복수하는 남자. 알렉상드르 뒤마의 고전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상반기 기대작이다. 두 개 장면을 제외하면 내내 작품을 이끌어가는 굵직한 주인공 역할을 누가 맡는가도 화제였다.

20일 연습실에서 류정한(39) 신성록 씨(28) 등 두 ‘몬테크리스토’를 만났다. 두 사람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느 때보다 힘든 배역”이라고 털어놓았다. “쉬는 시간이 거의 없이 무대에 나와 있는 데다 원수와의 결투 장면, 해적과의 싸움 같이 몸을 쓰는 일이 많다. 노래 분량도 만만치 않다. 이런 작품을 해본 적이 없다”고 신 씨가 말하자 류 씨는 “그래서 몸을 수월하게 잘 움직이려고 감량까지 했다”고 맞장구쳤다.

폭넓은 연령대를 감당하는 것도 큰 문제다. 신 씨가 “20대를 연기할 때는 크게 어렵지 않은데… 불 꺼졌다 켜지면 2년 지나는 식이니까, 세월의 깊이를 표현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순수한 20대였던 때를 떠올리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웃음을 터뜨린 류 씨는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무협지처럼 대중을 끌 만한 코드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이 이야기는 단지 대중적인 복수극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안에 있는 강한 힘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꼽는 최고의 장면은 약혼녀가 자신의 원수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절규할 때. “지옥의 문 앞에서 더 이상의 자비는 없어 막다른 곳에”라고 울부짖듯 노래할 때 음역이 넓고 까다로워 익히기 쉽지 않았지만,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속마음을 외치면서 벅찬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보는 몬테크리스토는 어떤 남자일까. “가질 수 없었던 것을 복수를 통해 갖게 되긴 했지만 그것을 결국 해피엔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복수가 끝난 뒤 허무했을 테고, 자신의 기억과 현실의 사랑은 달라질 수도 있을 테고… 저는 그가 ‘슬픈 남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류정한) “몬테크리스토가 원수를 다 죽여 버리지 않고 왜 마지막에 살려주나,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습을 하면서 이 이야기가 용서와 화해를 배워가는 남자의 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신성록) 6월 13일까지. 6만∼12만 원.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02-6391-6333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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