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에세이/박경아]베이징 공항에서 체험한 노인 공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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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아 세계여의사회회장 연세대 의대 교수
박경아 세계여의사회회장 연세대 의대 교수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다. 내가 자라던 시절, 버스에서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고, 노인을 공경하라는 것은 늘 듣는 이야기였다.

요즈음 지하철을 타려면 우선 겁부터 난다. 어디에 서 있어야 할 줄 모르겠다.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 앞에 서 있으려면 당장 ‘이 할머니는 경로석으로 가지 왜 내 앞에 서서 나를 곤란하게 하나!’ 하는 느낌이 그대로 텔레파시로 전달된다.

그들은 보통 잠을 자고 있거나(또는 자는 척하거나)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경로석으로 가서 어쩌다 자리가 비어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나이보다 약간은 젊어 보인다(!)는 평을 받는 필자는 조금이라도 나보다 더 나이든 이가 올라오면 그때마다 발딱발딱 일어나야지, 아니었다간 기분 나쁜 ‘째려봄’을 여지없이 당하며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이래서 에너지를 아끼자는 정부시책에 발맞추려 해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니 차라리 내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최근 몇 년 만에 베이징을 방문했다. 한눈에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본 영자 신문에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7.5% 성장할 것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니, 우리도 한때 저랬는데…, 중국은 앞서가는데 우리는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대로 가다가는 어두운 미래가 찾아오지나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3차 중국여의사대회에 참석할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다음 날 베이징 공항으로 나갔을 때의 일이다. 에어차이나(Air China)에 체크인 하러 가니 수십 명이 늘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침 중국여자의사회에서 마련해 준 표가 혹시 세계 회장을 대접하느라 일등석 티켓을 따로 체크인하는 카운터가 있을 것 같아 두리번거리니 바로 앞에 두 개의 카운터가 비어 있는데 거기에는 ‘특별한 분들’을 위한 카운터라고 되어 있었다. 동행한 옌볜여의사회 김모 회장이 이 ‘특별한 분들’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물으니 나이 60세 이상인 분들이란다.

세상에! 그동안 수많은 나라 공항들을 다녀 보았으나 노인들을 위한 체크인 카운터가 따로 있는 것은 정말 처음 보았다. 게다가 그곳 아가씨들은 너무나도 친절하게 우리의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나는 바로 탑승권을 받아 쥐고 나오며 얼떨떨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당장 이것을 한국에 도입한다면 60세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70세 이상이라도 너무나 좋을 것 같았다. 수명은 길어지고 경제적 여유로 해외여행을 많이 나가는 이때 70세 이상 노인을 위한 ‘fast counter’를 설치한다면 세계에서 일등이라는 인천공항은 진정 다시 한 번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지 않을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경아 세계여의사회회장 연세대 의대 교수
#경로석#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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