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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문선민, 한 방으로 보여준 ‘잡초 축구’ 생명력

입력 2018-05-31 03:00업데이트 2018-06-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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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문, 우리가 연다]<6> ‘문데렐라’ 문선민
동아일보DB
오른발 터치로 상대 수비수를 제친 뒤 왼발로 마무리. 28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 후반 28분에 터진 문선민(26·인천·사진)의 골은 침착함과 기민함이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이날 A매치(국가대표 경기) 데뷔전을 치른 문선민에게 이런 모습을 기대한 사람은 드물었다. 늘 ‘신태용호’ 생존 경쟁의 끄트머리에 있다는 평가를 받던 문선민이다. 이 한 골로 부담을 덜 만도 하지만 문선민은 온두라스전 직후 보완해야 할 점부터 찾았다. 한국 축구대표팀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에 들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공간 침투 능력이나 연계 플레이에 능한 모습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경기에서 꼭 보여 드리겠습니다.”

주로 측면 공격수로 기용되는 문선민의 강점은 빠른 발이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그는 대표팀의 속도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 투지. 볼을 빼앗기 위해 상대 선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과 거침없는 태클이 인상적이다. 문선민의 소속 팀 관계자는 “스웨덴에서 뛰고 있던 문선민의 이적이 논의될 때 스카우트가 투지가 넘쳐 팀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적 이후에도 경기장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팀 동료를 격려하는 모습과 강팀을 상대할 때 더 빛을 발하는 승부욕에 감명을 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도 후반 11분 이청용과 교체돼 왼쪽 날개를 책임진 문선민은 상대가 공을 잡으면 쉴 새 없이 압박해 볼 처리를 어렵게 했다.

“경기장에서는 활력을 만들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표팀 출정식에서 문선민은 “설레고 떨린다”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누구나 하는 뻔한 각오 한 줄이 아닌 단련된 자신감으로 보였다. 밑바닥에서부터 산전수전 다 겪으며 성장해 온 그의 지난 이력이 있어서다. 이는 신태용 감독이 그를 ‘깜짝 발탁’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2011년 당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소년 문선민은 나이키의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더 찬스)에 지원했다. 여기서 최종 8인에 들어 나이키 아카데미에 들어간 문선민은 스웨덴 3부 리그 팀인 외스테르순드 FK의 눈에 띄어 입단 제의를 받았다. 유럽이긴 하나 리그가 작은 스웨덴이고 그것도 3부 리그에 소속된 팀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문선민은 당시 “훗날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 입단하는 것이 목표”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그 길을 선택했다.

그 후 5년을 낯선 타지에서 ‘성장통’을 앓았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한 문선민은 그해 2골을 신고하며 팀의 2부 리그 승격을 도왔다. 2015년 시즌 후반기에 1부 리그의 유르고르덴스 IF로 임대됐다. 그해 문선민은 양 팀(원 소속팀+임대 팀) 합계 시즌 2골 5도움을 올리며 2016년 유르고르덴스 IF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부상 등의 이유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자칫 뒤처질 수 있는 상황에서 문선민은 프로축구 K리그1의 인천으로 이적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적 첫해인 2017년 4득점 3도움을 기록하더니 올 시즌(30일 기준)에는 전반기에만 6득점 3도움을 올리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위기에 빠진 신태용호의 부름을 받았다. 문선민에게 이만한 기회가 또 올까.

“월드컵에 나가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눈앞에 왔죠. 어렵게 잡은 기회이니 더 잘해서 월드컵에 나가고 싶습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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