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고지의 스포츠 트렌드 읽기]스모와 불고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9시 00분


코멘트
그것은 예상 못한 ‘대역전극’이었다. 그 덕분에 필자는 고깃집(燒き肉屋)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사진=아사히신문 제공
사진=아사히신문 제공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일본 준우승, 한국 예선 탈락)처럼 일본 스포츠팬의 주목을 모은 건 스모 대회(大相撲)였다. 매회 ‘15일간 전쟁’이 연간 6회가 열린다. 올해 봄 시리즈에서 키세노사토(稀勢の里)가 드디어 최고 자리인 요코즈나(橫綱)에 오른 것이다.

그동안 스모는 몽골 군단(선수들)이 휩쓸어 온 게 사실이다. 일본 출신의 사람이 ‘요코즈나’나 다음 순위인 ‘오오제키(大關)’로 우승 또는 우승에 준하는 성적을 2회 연속 올린 것은 무려 19년 만이었다. 한국의 씨름에서 외국인이 우승을 독차지해왔다고 상상한다면 일본 스포츠팬의 마음이 어땠을까. 민족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일본 출신의 요코즈나를 원하는 분위기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아사히신문 제공
사진=아사히신문 제공

키세노사토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는 우선 강하다. 몽골 출신의 절대적인 요코즈나 하쿠호(白鵬)에 16승을 거두고 있는 일본 출신 선수는 키세노 사토 뿐이다(물론 패배도 43번이나 된다). 그는 몽골 군단의 일각을 무너뜨리는 유일한 존재로 불린다. 반면 우승, 요코즈나 승진이 걸린 승부처에서는 왠지 모르게 너무 약하다. 부족한 자식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생길 정도다.

이런 스모임에도 정공법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스모 팬이 좋아하는 이유다. 스모는 알려진 대로 서로 상대를 잡고 시작하는 씨름과 달리 구분된 선 안에서 거리를 두고 시작된다. 서로 몸을 부딪치는 것은 기본이다. 상대의 돌진을 옆으로 피하는 등의 변화된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경량급 역사 외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키세노사토 역시 도망가지 않고 당당하게 힘으로 승부한다. 그 모습이 유쾌통쾌한(すがすがしい) 것이다.

그런 우직한 키세노사토가 1월의 시리즈에서 마침내 첫 우승을 이루고 요코즈나가 됐다. ‘지위가 사람을 만든다’지만 3월에도 막판에 몰려도 냉정하게 상대를 제압했다. 표정도 당당해보였다.

12라운드까지 전승 가도.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13일 째 몽골 출신의 요코즈나 하루마 후지(日馬富士)에게 밀려 쓰러졌다. 경기장 밑으로 떨어져 왼쪽 팔 근육을 다쳤다. 가벼운 상처라고 볼 수 없었다.

14일째에도 키세노사토는 경기에 나섰다. 몽골 출신의 요코즈나 카쿠류(鶴龍)를 상대가 아무것도 못한 채 뒷걸음질만 했다. 장내의 팬들은 그런 키세노사토가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대회 마지막 날은 몽골 출신 오오제키 테루노후지(照ノ富士)와의 일전이었다. 1패인 테루노후지에 키세노사토가 이기면 2패 동률이 돼 우승 결정전이 열리지만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TV 해설자는 말했다.

그러나 키세노사토는 이겼다. ‘금단의 변화 기술’을 사용해 오른 팔로 상대를 떠다밀었다. 이어진 우승 결정전. 키세노사토는 테루노후지에 다시 오른 팔 하나로 맞섰다. 그리고 다시 승리. “이번에는 울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그는 1월처럼 팬들 앞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어쨌든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냈다. 일본과 몽골을 넘어 ‘순수하게 좋은 것을 봤다(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였다)“는 감회가 휴일에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나를 채웠다.

이 날은 사실 필자의 생일이기도 했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를 위해 집 부근의 고깃집을 예약했다. 키세노사토가 패한다는 전제로 예약을 했지만 (우승 결정전까지 열려)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리를 확보한다는 생각으로 고깃집에 전화를 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몇 번을 연락한 끝에 간신히 통화가 됐다. 그곳 역시 스모 경기 때문에 가게 도착이 늦는다고 연락한 예약 손님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이날 불고기(燒き肉)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맛있었다.

사진=아사히신문 제공
사진=아사히신문 제공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대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일본어 원문>-------------------------
<スポ¤ツトレンドを讀むこと> 3. 相撲と燒肉

それは予想もしない大逆轉だった。おかげで、私は燒き肉屋に何度か電話をかける羽目になった。

この3月、ワ¤ルドベ¤スボ¤ルクラシックと同じくらい日本のスポ¤ツファンの注目を集めたのが、大相撲だった。大相撲は15日間にわたる戰いが年6回あるが、その春のシリ¤ズで、稀勢の里(きせのさと)がついに最高位の橫綱(よこづな)として登場したのだ。

モンゴル勢が席卷してきた大相撲。日本出身の力士が、「橫綱に次ぐ大關(おおぜき)として、優勝または優勝に準じる成績を2回連續で擧げる」という條件で昇進できる橫綱になったのは、實に19年ぶりだった。シルムの上位を韓國人以外が長らく占めることを想像して欲しい。民族主義者でなくても日本出身の橫綱を待ち望む空氣は、理解できると思う。

稀勢の里は、ファンの心をつかむいくつかの條件を備えている。
まず、强い。モンゴル出身の絶對的な橫綱白鵬(はくほう)に16勝もしている日本出身力士は稀勢の里だけだ(43敗もしているが)。モンゴル勢の一角を崩す唯一の存在と思わせる一方、優勝や橫綱昇進がかかる勝負どころで、からきし弱い。ダメな息子ほど可愛くなる親心が生まれてしまう。

その相撲が正攻法に徹していることも好かれる理由だろう。日本の相撲はご存じの通り、組み合って始めるシルムと異なり、仕切り線をはさんで始まる。ガチンとぶつかり合うのが基本で、相手の突進を橫に交わすような¤化技は、輕量力士以外は好ましくなく、稀勢の里はその¤化に逃げることがまずない。堂¤とした力勝負がすがすがしいのだ。

そんな愚直で、ダメな息子だった稀勢の里が1月のシリ¤ズでついに初優勝を遂げ、橫綱になった。地位は人をつくるというが、この3月はばたついた樣子が消え去り、土俵際に追い¤まれても冷靜に相手を投げ飛ばした。表情にもふてぶてしさが出た。

12日目まで全勝街道。だが、好事魔多し。13日目、モンゴル出身の橫綱日馬富士(はるまふじ)に一氣に押し出され、土俵下に轉落した際、左の上腕筋を損傷した。輕いけがでないのは見た目に明らかだった。

14日目。休場するかと思われたが、稀勢の里は出てきた。モンゴル出身の橫綱鶴龍(かくりゅう)相手に何もできず、後ずさりするだけで敗れた。それでも場內のファンは、稀勢の里が姿を見せてくれただけで滿足だった。

最終日は、モンゴル出身の大關照ノ富士(てるのふじ)との一戰。1敗の照ノ富士に稀勢の里が勝てば、2敗同士の優勝決定戰になるが、望み薄だった。「勝負にならない」とテレビ解說者は言い切っていた。

だが、何と、稀勢の里は勝った。禁斷の¤化技で照ノ富士を惑わすと、右腕で突き落とした。そして優勝決定戰。照ノ富士に出て來られたが、またも右腕一本で投げた。「今回は泣かないと決めていたんですけど……」。稀勢の里は1月同樣、ファンの前でうれし淚を流した。

とにかくできることをして、可能性にかける。日本だとかモンゴルだとかを超え、「純粹にいいものを見た」という感慨が、休日でテレビをみていた私を滿たしていた。

ところで、實は感慨に浸っている場合ではなかった。この日は私の誕生日。家族との夕食のために、近所の燒き肉屋を予約していた。あっさり稀勢の里が負けるのを見¤けて間に合う算段だったが、そうはいかなかった。席を確保しておいてもらおうとう店に電話するが、通話中。何度かかけてようやくつながった。同樣にテレビから離れられられずに、店の到着が遲れると連絡する予約客がたくさんいたのでは、というのは考えすぎか。

燒き肉はとてもおいしかった。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