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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김종석 기자의 스포츠 인생극장]<46> 한국 골프의 개척자 최경주

입력 2015-09-21 03:00업데이트 2015-09-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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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골프인생은 12번홀 도는 중”
앞만 보고 달리던 ‘탱크’ 최경주(45)는 요즘 숨을 고르며 주위를 돌보고 있다. 미국 댈러스에서 살고 있는 그는 “오랜만에 잘 쉬고 있다. 모처럼 아빠 노릇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한 최경주는 이번 시즌 역대 최소인 19개 대회에만 출전했다. 지난달 윈덤챔피언십이 시즌 마지막 대회였다. 예년보다 성적이 신통치 않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처음 세 아이들 아빠노릇 하는 중

“큰아들 호준이(18)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고 둘째 딸 신영이(14)와 막내아들 강준이(12)에게도 중요한 시기다. 아빠가 곁을 지켜줘야 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아이들부터 챙기고 있다. 내가 늘 집을 비웠기에 처음엔 애들이 어색해하더라. 함께 책을 읽고 식사도 하다보니 이젠 다들 편해 한다.”

그는 지난여름 고교 골프부 활동을 하는 장남의 코치 겸 캐디를 맡기 위해 메이저 대회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일일이 거명한 그는 “큰애는 운동을 하면서 시간 관리와 과제물 등을 알아서 할 만큼 컸다. 미술과 음악 감각이 뛰어난 딸은 플루트에 재주가 많다. 프로골퍼 지망생인 막내는 아빠의 기록을 다 깨겠다고 큰소리친다”며 자랑했다.

최경주가 가정교육에서 지키는 두 가지 철칙이 있다. “아이들과 있을 때 TV를 보지 않고 대화를 한다. 아이들보다 먼저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또래로 두 딸을 둔 기자의 얼굴이 순간 후끈거렸다.
○프레지던츠컵 통해 男골프 도약 기대

푸근한 목소리로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던 그가 본업 얘기로 돌아갔다. 다음 달 8일부터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얘기였다. 만약 최경주가 없었다면 한국이 이 대회를 아시아 최초로 개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2003년 한국인 선수 최초로 프레지던츠컵에 데뷔한 뒤 2007년과 2011년에도 출전했다. 통산 3회 출전은 아시아 선수 최다 기록. 비록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선수는 아니지만 인터내셔널팀 수석부단장으로 참가해 팀원들을 이끌게 됐다. “2003년 처음 프레지던츠컵에 나갈 때 남아공까지 20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 거리라면 언젠가 한국에서도 개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뿌듯하다. 한국 골프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 것 아닌가.”

PGA투어에 태극기를 달고 나가 유명했던 최경주는 한국에서 골프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비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후배들이 고생 끝에 외국에 나가 맹활약하며 한국을 널리 알리고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골프가 비리나 로비의 무대로 간주되거나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대회 기간 10만 명이 골프장을 찾고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우리 국민도 골프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바란다.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남자 골프도 살아나는 전기가 되면 좋겠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최경주는 “골프선수로서 내 삶을 골프에 비유하면 이제 전체 18홀 중 절반 정도를 마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12, 13번홀 정도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다. 호적상으로 1970년생인 그의 실제 나이는 1968년생으로 47세다.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4년 넘게 통산 8승에 묶여 있다. PGA투어에서 통산 상금만 3000만 달러(약 349억 원)를 돌파한 그는 “10승이 목표다. 9승만 하면 ‘넘버 10’은 바로 따라올 것 같다. 나는 아직 꿈이 있다. 내년 시즌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PGA 통산 상금 349억원

전남 완도 출신인 그는 한국 골프의 개척자를 넘어 어느덧 필드의 전설이 되고 있다. 그의 에이전트인 IMG에 따르면 전 세계를 넘나드는 최경주의 연간 항공 마일리지는 30만∼40만 마일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진출 후 누적 마일리지만 따져도 600만 마일(약 965만 km)로 지구를 240번 이상 돈 거리가 된다. 그의 애창곡은 널리 알려진 대로 남진의 ‘빈잔’이다.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비워야 다른 뭔가를 채울 수 있다는 해설과 함께 이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즘도 가끔 부르냐고 물었더니 그는 “애들 재우느라 기회가 없다. 다시 잔을 채우는 날 마이크를 잡겠다”며 웃었다. 비우면서 계속 달려온 ‘탱크’의 힘찬 진격이 기다려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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