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eye]‘축구 종가’ 영국, 올림픽 축구는 찬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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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스포츠레저부 기자
이종석 스포츠레저부 기자
올림픽 취재를 위해 런던에 온 지 8일째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올림픽이 열리거나 말거나 별 관심을 안 두는 분위기입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올림픽을 세 번이나 개최하는 도시인데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조직위원회도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처럼 돈을 쏟아 부으면서 물량 공세로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고 대놓고 얘기합니다. 억지로 분위기 띄울 필요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분위기야 어떻든 영국 언론들은 올림픽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런던에 도착한 뒤로 참고할 만한 게 있을까 해서 신문을 챙겨 봅니다. 영국 신문들은 자국 선수, 다른 나라의 스타 선수, 라이벌 선수, 각국의 메달 예상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며칠째 신문을 보는데 축구 기사가 거의 안 보입니다. ‘축구 종가’ 영국 사람들은 축구에 미쳐 산다던데…. 게다가 영국 축구가 52년 만에 올림픽에 나온다는데…. 이상합니다.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축구 기사만 따로 모은 별도의 섹션이 있나 해서 뒤져봐도 없습니다.

메인 프레스센터에 입주한 영국 신문사들을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얘기가 옆으로 새는 것 같습니다만 찾아가는 도중에 “태권도 종주국이라던데 너희들은 태권도 기사 많이 쓰느냐”고 물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영국 일간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의 톰 하퍼 기자의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올림픽 축구는 영국 내 프로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영국 축구는 50년이 넘는 올림픽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에 국민이 올림픽 대표팀에 애착을 갖기 힘들었다. 스타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사도 안 쓴다는 겁니다. “영국 팬의 대부분은 이런 형태의 대표팀을 본 적이 없고 올림픽 대표팀의 정체성이 뭔지 잘 모른다”고 얘기하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축구협회가 4개(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갈린 영국은 단일팀 구성이 쉽지 않아 1960년 로마 대회 이후로 올림픽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서 단일팀을 꾸렸습니다. 영국이 27일 세네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이기면 영국 매체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태권도 얘기를 꺼낸 영국 기자는 없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이종석 스포츠레저부 기자 wing@donga.com
#축구 종가#영국#올림픽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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