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eye]모레가 올림픽 개막 맞아? 불평에 묻힌 축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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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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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훈 스포츠레저부 차장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차장
“지하철이 고장 나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건 기본이죠.”

한 런던 유학생 자원봉사자는 영국은 모든 게 ‘만만디(慢慢的)’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만디는 중국어로 ‘행동이 느리거나 굼뜨다’는 뜻인데요. 그런 면에서 영국과 중국은 닮았습니다. 매사에 천하태평이다 싶을 정도로 느린 게 그렇죠.

런던 올림픽 취재를 하면서 영국 사람들의 만만디 스타일을 새삼 느낍니다. 메인프레스센터(MPC)에 동아일보 부스를 등록하고 집기를 연결하기에 앞서 담당자로부터 꼼꼼한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MPC에 들어가기 위해선 매일 버스에서 내려 미로 같은 길과 계단을 오르내린 뒤 검색에서 통과해야 합니다. MPC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하려면 셔틀버스를 탄 뒤 지하철을 갈아타야 합니다.

영국과 중국의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 보입니다. 런던은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도 축제 분위기가 거의 나질 않습니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 거윈 씨는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올림픽에 관심 없다. 오히려 악몽 같다.” 16일부터 교통 통제 구간이 늘면서 영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였죠.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달랐습니다. 도로를 8차로 이상으로 새로 뚫어 이동하기에 편했습니다. MPC에는 각 경기장 앞까지 가는 버스들이 상시 대기했죠. 미디어 숙소도 최신식 아파트로 건설해 자원봉사자들이 엘리베이터로 안내해주고 빨래까지 무료로 해줬습니다. 베이징 도심은 올림픽 축제로 왁자지껄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 규모도 차이가 있습니다. 런던 대회 개막식 총예산은 2700만 파운드(약 488억 원)입니다. 베이징 때(약 10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인해전술’식 행사였습니다. 수백 개의 북을 동시에 두드리고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하얀 유니폼을 입은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긴 인간 띠를 만든 채 환영했죠.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새집)’는 용이라도 내려앉을 듯 웅장했습니다.

반면 27일 오후 9시(한국 시간 28일 오전 5시)에 열리는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소박하지만 알찬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감독인 대니 보일이 총연출을 맡아 ‘놀라운 섬(Isles of Wonder)’을 주제로 영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린다고 합니다. 영국의 히트 상품인 007과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도 만날 수 있죠.

‘만만디’로 닮았지만 올림픽 준비 과정은 다른 영국과 중국. 런던 올림픽이 베이징의 화려함을 넘는 특별한 무엇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차장 beetlez@donga.com
#런던 올림픽#올림픽#올림픽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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