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함께 춤을]<3>US오픈 챔프 유소연과 개콘 달인 김병만의 토크 라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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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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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달인도 돼보세요”
“미스골프, 훅 고쳐주세요”

구력 2년에 베스트 스코어 81타를 기록한 개그맨 김병만(오른쪽). 필드의 달인을 꿈꾸는 김병만이 평소 좋아하던 골프 스타 유소연을 만났다. 자신이 운영하는 스크린골프장에서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김병만과 이를 지켜보는 유소연의 표정이 한없이 밝기만 하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금세 친해진 이들에게 골프와 개그는 공통점이 많아 보였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구력 2년에 베스트 스코어 81타를 기록한 개그맨 김병만(오른쪽). 필드의 달인을 꿈꾸는 김병만이 평소 좋아하던 골프 스타 유소연을 만났다. 자신이 운영하는 스크린골프장에서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김병만과 이를 지켜보는 유소연의 표정이 한없이 밝기만 하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금세 친해진 이들에게 골프와 개그는 공통점이 많아 보였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눈꺼풀이 무거워 보였다. 며칠째 밤샘 촬영과 연습, 쏟아지는 행사…. 섭외가 힘들 줄 알았던 그가 바로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달인으로 유명한 인기 개그맨 김병만(36)이었다. 그의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올 US여자오픈골프 챔피언 유소연(21·한화)이 들어온 순간이었다. 열성 골프 팬을 자처한 김병만과 유소연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달인 스크린골프장’에서였다. “골프에 푹 빠져 있다”는 김병만이 안방 드나들 듯 찾다가 7월에 아예 인수한 곳이다. 서로 분야는 달라도 최고를 꿈꾸는 이들에게 팬과 스타의 위치는 수시로 바뀌었다.

김병만(이하 김)=TV로만 보다 실제로 명사를 만나니 영광이에요. 집에 가면 늘 골프 프로그램을 보다 잠이 들어요. 불 끄면 잠을 못자요.

유소연(이하 유)=달인도 무서운 게 있네요. 예전에 친구랑 개그콘서트 녹화장에 간 적 있어요. 저도 운동을 하니까 달인 연기의 뒤에 숨은 땀이 보이는 것 같아 더 좋아요. 골프 달인도 한번 하시죠.

김=그렇지 않아도 한번 해보려고 해요. 웨지로 공을 70번까지 튀길 수 있어요. 요즘 골프가 유일한 낙이에요. 어제는 40분 자고 서서울CC에서 수근(절친한 개그맨 이수근), 달인 팀 후배 류담, 노우진 등과 공을 쳤어요. 오전 5시 20분 티오프였는데 골프장 가니 그렇게 좋을 수 없더군요. 87타를 쳤는데 18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만 안 했어도….

유=체력이 정말 좋으신 것 같아요. 아마추어 분들과 치다 보면 대부분 남성분들이 여자 프로보다 거리에서 뒤질 수 없다는 듯 힘을 잔뜩 내시는데 대개 결과가 안 좋아요. 롱기스트 홀만 가면 공이 엉뚱한 데로 가고요.

김=근데 보통 슬라이스 때문에 고민을 하는데 난 공이 왼쪽으로 자주 말려요.

유=선수들도 대개 훅 구질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앞바람에서 미스 샷이 나오기도 하고요. 어깨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치면 오히려 멀리 가죠. 팔보다는 몸통을 활용해야 헤드 스피드를 높일 수 있어요.

김=지난해 제주 오라CC에 간 적이 있는데 마침 여자프로대회가 있었어요. 미녀 선수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내 이상형들이 다 거기 있는 거예요. 내가 상체만 발달해서 그런지 하체가 튼실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근데 골프는 멘털 스포츠라고 하잖아요.

유=심리 상담을 받고 있어요. 잘 치는 것뿐 아니라 행복한 골프선수가 되고 싶어요.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요령 같은 걸 터득할 수 있거든요.

김=개그도 비슷해서 마음이 즐거워야 사람들을 웃길 수 있거든요. 내가 부정적인 성격이 강했어요. 늘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죠. 우리 달인 팀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 있으면 너무 행복해요. 골프도 같이 하자고 꼬드겼는데 노우진은 며칠 전 120개 쳤어요.

유=골프에선 캐디와의 호흡이 중요한데 저는 130개 친 적도 있어요. 서울 세종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 시작한 지 두세 달 만에 어떤 대회에 나갔을 때였죠.

김=개그맨들은 골프도 재밌게 쳐요. 어떤 골프장은 파 3홀에서 온을 하면 축하 팡파르를 울려주는 데가 있잖아요. 티샷하기도 전에 장난으로 팡파르 버튼을 누른 적도 있어요.

유=주말골퍼 분들은 허겁지겁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몸도 안 풀고 라운드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어요.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지나도 이들의 대화는 끝날 줄 몰랐다. 라디오 출연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김병만의 매니저 모습이 들어왔다. 김병만은 최근 펴내 10만 부가 넘게 팔린 자서전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에 사인을 해 유소연에게 건네며 “늘 밝은 얼굴이 매력인 것 같다. 나중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올라갈 것 같다”고 덕담을 했다. 유소연은 “인생 선배에게서 좋은 팁을 배웠다. 계속 웃음을 책임져 달라”며 웃었다.

“힘들고 지칠 때 달인 팀을 불러주세요. 골프가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알게 해 줄게요”라며 떠나는 김병만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 팬과 유소연 지상 Q&A ▼
Q: 잘먹는 음식은? A: 낙지 좋아해요, 보양식은 별로…

Q: 아마추어 시절 기억에 남는 대회는….

A: 2관왕에 올랐던 2006년 아시아경기대회예요. 4년을 기다린 가장 큰 대회거든요. 국내에서는 아마추어 마지막 대회였던 2007년 전남 전국체육대회예요. 당시 단체전 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을 뿐 아니라 생애 첫 홀인원도 기록했거든요.

Q: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프로골퍼 2명만 꼽아주세요.

A: 최경주 프로와 안니카 소렌스탐이에요. 최 프로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더 큰 비상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배울 게 많아요. 후배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시고요. 소렌스탐은 은퇴 후에도 코스 설계와 골프아카데미 운영 등으로 골프 발전에 힘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롤 모델로 삼고 있어요.

Q: 체력관리를 위해 특히 잘 먹는 음식과 보양식이 따로 있나요.

A: 잘 먹는 음식은 낙지예요. 튀김, 밀가루 음식,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은 즐기지 않아요. 육류도 너무 많이 먹지는 않죠. 보양식을 챙기기보다는 해로운 음식을 피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Q: 먼 훗날 은퇴 후 모습을 그려본다면….

A: 그동안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어요. 선수 지원과 매니지먼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끼다 보니 골프선수를 관두면 후배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몇 년 전만 해도 골프의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는데 요즘은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이 많아요. 나중에 정말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영상=달인 김병만과 프로골퍼 유소연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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