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함께 춤을]<2>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과 여성 팬들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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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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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무표정” 아들도 놀려… 요즘 개그프로 봐요, 웃어 보려고…

‘팬과 함께 맥주를.’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주선희 교수와 진효진 차장, 김자경 사무관(왼쪽부터) 등 여성 팬 3명과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취중토크를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팬과 함께 맥주를.’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주선희 교수와 진효진 차장, 김자경 사무관(왼쪽부터) 등 여성 팬 3명과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취중토크를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42)이 최근 여성 팬 3명과 진하게 술을 마셨다. 일종의 취중토크였다.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52·이하 주)와 김자경 기획재정부 사무관(32·이하 김), 진효진 현대자동차계열 광고제작사 이노션 차장(30·이하 진). 각계에서 전문가로 일하는 여성 축구팬 3명이 홍 감독의 모든 것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이었다. 인터뷰는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4시간 넘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4명이 마신 맥주는 2만 cc가 넘었다.

○“기억이 안 나네요”

홍 감독을 만난 3명의 팬은 “언론에 비치는 이미지보다 더 멋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실제로 보니 너무 잘생겼어요. 지난해 2022년 월드컵 유치위에 파견 나갔을 땐 저에게 꿀밤을 줬는데….

홍=(화들짝 놀라며) 제가 언제? 기억이 안 나는데요.

김=제가 당시 술에 좀 취해서 축구선수 소개해 달라고 하자 그러면 마음고생만 할 거라며 꿀밤을 줬어요.

진=
홍 감독님 얼굴 빨개지셨네.

홍=아 그랬나. 승부의 세계는 스트레스가 있죠. 축구선수는 늘 신경 쓰게 만들어요. 그런 사람하고 결혼하면 스트레스 많이 받으니까 그랬을 거예요.

김=그땐 무서웠는데 이제 보니 참 인자하네요.

진=언론에 비친 이미지와는 전혀 달라요. 그리고 실물이 더 잘생겼어요.

○“차두리 스타일은 싫어요”

김=카리스마 넘치고 무뚝뚝해 보인다는 평가예요. 말수가 없는 게 장점도 되지만 단점도 될 것 같은데….

홍=저는 그게 장점이에요. 불필요한 말은 안 해요. 그래도 전달할 것은 제대로 전달해요. 선수들과 지나치게 친하게 지내지도 않지만 할 것은 다 해요.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때는 애들과 친해지기 위해 ‘2NE1’ 노래를 외우기도 했어요.

진=최근 과자 광고에서 맛있으니 “엄마에겐 말하지 마”라는 부분이 기억나요. 카리스마 넘치고 무뚝뚝한 이미지에 부드럽고 자상한 이미지가 가미되니 참 좋아요. 이미지 변신할 생각 없나요. ‘간 때문이야’를 부른 차두리는 큰 히트를 쳤는데….

홍=전 차두리같이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연기는 하지도 못하고.

○“이젠 자주 웃겠어요”

진=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가 골을 성공시키고 활짝 웃는 표정이 기억나요. 그렇게 늘 웃을 수 없나요.

주=진지한 캐릭터지만 스타니까 좀 바뀌어야 해요. 늘 진지하면 상대가 주눅 들어요. 웃으려고 노력해 봐요.

홍=사실 그동안 TV에 나오는 제 모습은 골 먹을 때나 막을 때 인상 쓰고 있는 것뿐이었어요. 살아온 환경이 항상 긴장과 압박을 주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자유로울 기회가 없었어요. 잘 웃지 못했어요. 우리 둘째가 참 발랄한데 제가 너무 안 웃으니까 ‘우리 아빠는 무표정이야’라고 해서 놀랐어요. 제 표정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줬더군요. 요즘은 개그 프로 보면서 웃으려고 노력해요. 집사람은 늘 술에 취했을 때와 안 취했을 때 중간 정도를 유지하라고 해요.

○“농구 선수 신기화 팬이었어요”

주=기억에 남는 팬 있나요.

홍=제가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부터 계속 편지를 보내던 여학생 팬이 있었죠. 한 번 보기도 했고. 나중에 일본 갔다 왔더니 애 엄마가 됐죠. 사실 전 국민은행 농구 선수 신기화 팬이었어요. 팬레터를 보낼까 고민도 했는데 어느 날 (신)연호 형(단국대 감독)하고 결혼한다는 거예요. 실망 많이 했죠.

○“집사람에게 감사해요”

김=부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홍=우리 집사람 대단해요. 일본과 미국 등에서 6년 넘게 살았는데 불평 한마디 없었어요. 2002년 월드컵 끝나고 미국 LA 갤럭시에 진출하려고 했는데 당시 포항이 ‘10억 원을 내놓고 가라’는 거예요. 제가 포항에 있다 일본에 진출해 5년 만에 왔는데 다시 나간다는 것에 포항 임원들이 불만이 있었죠. 전 포기했는데 우리 집사람이 10억 원을 대출해 포항에 줬어요. 제가 이렇게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집사람의 역할이 큽니다.

○“행정가 꿈 아직 안 버렸어요”

김=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 행정가가 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감독이네요.

홍=행정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감독 경험이 나중에 행정에 도움이 될 겁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행정을 잘하겠죠. 지금 전 감독이니 여기에 최선을 다해야죠.

진=축구 안 했으면 뭐 하고 있을까요.

홍=제대로 장가나 갔을지 모르겠네요.

김=
공부 잘했을 것 같은데요.

홍=공부만 잘한다고 잘사나요.
▼ 팬들이 직접 본 홍명보 ▼

○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관상 보니 최근 턱 근육 발달… 어금니 악물 일 많았나 봐요

홍명보 감독을 만난다고 하니까 조교가 “실물이 더 멋있어요”라고 했다. 실제 보니 역시 잘생겼다. 이목구비가 자리를 잘 잡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이지만 갸름한 얼굴에 눈은 갈색이다. 감성이 풍부한 상이다.

눈썹과 눈썹 사이 근육이 발달한 것으로 봐 한곳에 안주하고 만족할 것 같지 않다. 늘 긴장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곳이 발달한 것이다. 코가 큰 데 비해 뺨은 너무 날씬하다. 잘 웃는 사람은 광대뼈 주위가 도톰해진다. 잘 웃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진지함과 집중을 의미한다. 외롭다. 타협하기보다는 소신을 갖고 눈치 보지 않고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코 양쪽 주변 근육은 발달하지 않았다. 욕심이 없다. 이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욕심이 많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증거이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이들을 맡기면 잘 돌봐줄 것 같은 음색이다.

턱 근육이 최근 많이 발달한 것 같다. 최근 2년 동안 어금니를 자주 악물었던 것 같다. 지금 있는 곳이 많이 참아야 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이게 풀어져야 좋은데….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계속 하다 보면 쉽게 풀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선수 선발에 대한 고민도 있으니 계속 어금니를 깨물 상황이다. 그래도 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 진효진 현대자동차계열 광고제작사 이노션 차장
“말해 보니 더 매력 넘쳐”

“참 매력적이다. 언론을 통해 볼 때는 무뚝뚝하고 진지한 이미지였는데 부드러운 남자였다. 매너도 좋고 멋있었다. 역시 사람은 만나봐야 안다. 언론에 비친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는 다를 수 있다. 홍 감독님은 실제 이미지가 더 좋았다. 홍 감독님, 파이팅!”
○ 김자경 기획재정부 사무관
“자상하고 따뜻했어요”

“직접 만나 보니 소설 속 주인공 같다. 재밌고 좋은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사실 홍 감독님과는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지난해 2022년 월드컵 유치위에 파견 나갔을 때 잠시 봤는데 그땐 다소 무서운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번에 보니 너무 자상하고 따뜻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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