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22>런던영웅 최영래에게 배운 10m 공기권총

  • Array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손목 고정, 격발 가볍게… 표적 중앙이 뚫리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쏴봤지만… 표정은 진지하고 자세도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런던 올림픽 남자 권총 50m 은메달 리스트 최영래(왼쪽)와 본보 이헌재 기자의 사격 솜씨가 그랬다. 12일 충북 진천선수촌 사격장에서 열린 둘의 사격 배틀은 오른손잡이임에도 왼손으로 총을 쏜 최영래의 승리였다. 대한사격연맹 제공
두 손으로 쏴봤지만… 표정은 진지하고 자세도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런던 올림픽 남자 권총 50m 은메달 리스트 최영래(왼쪽)와 본보 이헌재 기자의 사격 솜씨가 그랬다. 12일 충북 진천선수촌 사격장에서 열린 둘의 사격 배틀은 오른손잡이임에도 왼손으로 총을 쏜 최영래의 승리였다. 대한사격연맹 제공
사선에서 표적까지의 거리는 10m. 총을 쐈지만 표적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4발 연속 0점을 쏘자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관계자가 같은 총으로 쏜 총알은 연신 10점 표적을 꿰뚫었다. 올해 초 사격 담당 기자단 10m 공기권총 체험 행사 때 기자는 대굴욕을 당했다.

○ 자신감을 회복하다

12일 충북 진천선수촌 사격장.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을 올린 사격 대표팀의 변경수 총감독이 사격 담당 기자들을 초청했다. 김장미(20·부산시청), 최영래(30·경기도청), 김종현(27·창원시청)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사격 체험을 시켜준다는 거였다.

기자의 선생님으로 나선 이는 남자 권총 50m에서 진종오(33·KT)에 이어 은메달을 딴 최영래. 기자의 첫 발은 아예 표적을 빗나갔다. 두 번째 발은 1.2점이었다. 한 손으로 쏜 것도 아니고 두 손으로 쏜 게 그랬다. 대략 난감. 얼핏 올려다 본 최영래의 표정은 그랬다.

“원래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요”라며 최영래가 가르쳐 준 첫 번째 방법은 두 다리를 사대에 기대라는 것이었다. 명백히 반칙 행위지만 안정감을 주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두 번째 레슨은 총을 쏠 때 손목을 움직이지 말고 가볍게 방아쇠를 당기라는 것이었다.

4.5점, 5.5점, 8.8점…. 불과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을 뿐인데 스코어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9점대를 종종 쐈고 10.3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 무모한 도전

“이제 됐다” 싶었다. 누구랑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스승’ 최영래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핸디캡을 받았다. 최영래는 자신의 총을 기자에게 주고 여자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인 김장미의 총을 빌렸다. 오른손잡이인 그는 왼손으로 총을 쏘기로 했다. 김장미는 뒤에서 심판을 맡았다. 내기 타이틀은 밥 사주기.

기자는 갖가지 반칙 행위를 용인 받았다. 사대에 두 다리를 기댔고, 총도 두 손으로 쐈다. 경기는 10m 공기권총 결선 방식에 따라 10발을 쏘기로 했다. 잘하면 메달리스트에게 밥을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말했던가. 사격은 ‘멘털(정신력)’이라고. 기자는 첫 발에 5.2점을 쐈다. 최영래는 왼손으로 9.2점을 기록했다. 순식간이 멘털이 무너졌다. 기자의 두 번째 발 스코어는 1.4점이었다. 최영래는 7.1점.

승부는 여기서 일찌감치 기울었다. 그때 심판 김장미가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 기자에겐 보너스로 1발을 더 주겠다는 거였다. 5발째에서 기자와 최영래는 동시에 8.1점을 쐈다. “어디서 많이 본 점수네요.” 최영래가 런던 올림픽 50m 결선 마지막 발에 8.1점을 쏘는 바람에 금메달을 놓친 걸 되살린 기자의 치사한(?) 심리전이었다.

최영래는 74.5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10발째까지 기자의 스코어는 66.9점.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7.7점만 쏘면 승리였다. 그때 뒤에서 들려온 “8점 쏘면 이겨요”라는 김장미의 한마디. 이 말에 또다시 멘털이 무너졌다. 마지막 발이 5.2점에 그치며 최종 스코어는 72.1점. 2.4점 차 패배였다. 올림픽 메달은 역시 아무나 따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절감한 순간이었다.

진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사격#저스트두잇#기자체험시리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