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리더 인터뷰]<10>신치용 삼성화재배구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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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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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구단은 국내 남자배구의 최강팀이다. 1995년 창단한 뒤 이듬해인 1996년 배구대제전 2차 대회에서 우승했고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슈퍼리그에서 8연속 우승을 이룩했다. 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원년에도 정상에 올랐고 이후 4번의 V리그에서 두 번 우승했다.

2009~2010 V리그에서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현재 도전자를 기다리고 있다. 창단 후 배구대제전과 슈퍼리그, V리그를 통틀어 14번의 대회에서 12번 우승했으니 가히 한국 남자배구의 '지존'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스포츠 계에서는 삼성 스포츠단 중에서도 삼성그룹의 '1등주의'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구단이 바로 삼성화재배구단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삼성화재배구단을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이끌어온 사령탑이 바로 신치용(55) 감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배구계에서는 "삼성이 1등을 독식해서 배구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신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신 감독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는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김세진 신진식 등 스타선수들을 주축으로 창단해 처음부터 우승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후 주전 선수들이 은퇴하고 다른 팀들의 전력이 급상승했을 때에도 우리 팀이 우승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겠느냐"며 "꾸준한 훈련과 어떤 위기 속에서도 정상을 지키겠다는 전 구단 관계자들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이 연속 우승할 때에는 경기가 끝나면 팬들에 둘러싸여 숙소로 돌아가기가 힘들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며 "올 시즌 들어 배구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간 인기가 하락세였던 원인에 대해서는 전 배구인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야구 축구 농구와 함께 4대 구기 종목에 꼽히는 배구. 하지만 2005년 뒤늦게 프로리그를 시작한 배구는 인기 면에서 겨울철 라이벌 종목인 농구에게도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신 감독은 "프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지역 연고제도 아직 정착이 안 된 느낌이며 홍보마케팅, 경기장 등의 인프라를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도 "프로 6시즌 째를 맞는 올해부터 경기장 분위기가 조금 상승한다는 느낌이고 한국배구연맹과 각 구단들도 노력을 하고 있다"며 배구의 인기회복을 기대했다.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은 신 감독이 지적한 것 외에도 배구의 인기가 하락한 원인으로 국제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든다.

야구국가대표팀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평정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연속 4강 진출을 이루는 등 국제무대에서의 빛나는 업적을 바탕으로 국내 관중 몰이를 하고 있는 프로야구에 비해 배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죽을 쑤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과 2006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던 한국 남자배구는 2008년에는 지역예선에서 탈락해 베이징 올림픽에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일본과 이란에도 밀려 3위에 그쳤다.

여자배구는 더 한심하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으나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최근에는 중국 일본 뿐 아니라 태국 대만에도 밀려 아시아에서도 5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상태.

신 감독은 "남자의 경우 프로배구가 출범한 뒤 시즌을 치르느라 국가대표팀의 훈련 시간이 절대 부족하고 선수들이 설익은 프로 의식에 젖어 국가대표가 되도 부상을 당할까 몸을 사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자배구는 예전에 비해 선수들의 체격이 월등하게 좋아졌지만 훈련보다는 몸 치장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훈련을 많이 시키는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항의를 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정신력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한배구협회는 19일 상무이사회에서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남자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신치용 감독을 선임했다. 협회는 "2006년에 이어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일구고자 6명의 이사가 만장일치로 신 감독을 추천했고 신 감독도 수락했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코트의 제갈공명'으로 불린다. 별명처럼 그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도 많은 성과를 남겼다. 1999년 처음으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01년과 2002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연속 우승을 이끌었고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금메달을 일궜다.

그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반드시 중국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겠다"며 "이를 위해 프로리그가 끝나자마자 대표팀 전원이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합숙훈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에게 코치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고 수락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의 플레이오프전 승자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러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삼성화재가 정규리그에서 우승한데에는 캐나다 출신 외국 선수 가빈 슈미트가 큰 몫을 해냈다. 가빈은 1087점을 올려 득점랭킹 1위, 55.45%의 공격 성공률로 이 부문 1위, 한 세트 당 0.35개의 서브를 성공시켜 이 부문 1위에 오르며 삼성화재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용병이 전력의 반'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외국 선수 덕을 크게 본 신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신 감독은 "프로 초창기에 파워 넘치는 용병들이 뛰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들이 전력에 큰 보탬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용병들이 주로 뛰는 라이트 포지션에 국내 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는 일도 생기고 각 팀의 경쟁으로 인해 몸값이 많이 올라가는 부정적 영향도 있다"며 "내년에는 각 팀이 한번쯤 용병 없이 국내 선수만으로 프로리그를 치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각 구단이 트레이드나 자유계약선수 제도를 잘 활용해 국내 선수로 전력을 보강해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면 자연스럽게 팬이 늘어날 것이고 배구 인기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는 구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전체 배구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 프로팀에서 유망주를 연고 선수로 키워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성지공고-성균관대에서 세터로 활약했고 한국전력 코치, 삼성화재 감독으로 일생을 배구공과 함께 보내고 있는 신 감독. 그는 얼마 전 입적한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를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는다.

신 감독은 "배구로 너무 많은 혜택을 입었으니 앞으로는 지도자나 행정가 등 어떤 임무가 주어지더라도 배구 발전을 위해서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며 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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