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리더 인터뷰]<3>김진선 강원지사&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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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9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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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이번에는 웃자."

김진선 강원지사와 김연아선수.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진선 강원지사와 김연아선수. 동아일보 자료사진.
강원도 평창. 메밀꽃밭과 푸른 산, 시원한 강을 품은 자연의 고장. 이곳을 떠올리면 공연히 코끝이 찡해진다.

인구 4만 여명의 이 작은 도시 평창이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 미주와 유럽의 거대 도시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때(2003년 체코 프라하)는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캐나다 밴쿠버에 53 대 56, 3표 차로 졌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때(2007년 과테말라)에는 1차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에 36 대 34로 앞섰으나 과반수 확보에 실패해 결선 투표에서 4표 차로 결국 고배를 마셨다.

두 번의 올림픽 유치전에서 실패한 평창은 그러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세 번째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내겠다"는 각오로 다시 뛰고 있다.

그동안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진두지휘해온 김진선(64) 강원지사 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만나 '왜 3수까지 하면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하는지' '이번에는 과연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

"유무형의 엄청난 이익이 생깁니다. 장사로 치면 막대한 흑자를 남기는 사업인데 반드시 해야지요."

김 지사는 "동계올림픽을 열면 약 1조원의 투자액이 들어가겠지만 생산유발효과를 계산하지 않아도 수천억원의 흑자가 난다"며 "이런 경제적 이득과 함께 강원도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알려짐으로써 생기는 지역 발전 효과 등을 감안하면 국익 차원에서도 동계올림픽은 개최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 각국이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며 "선진국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형 스포츠대회인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말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이미 입증됐다. 2002년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이 끝난 뒤 대회조직위원회는 6000억 원 이상 흑자를 남겼다. 또한 1994년 개최지인 노르웨이 릴레함메르는 당시 인구 2만400여 명의 두메산골이었으나 40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거둔 것은 물론, 세계적인 관광 중심지로 부상했다.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일본 나가노도 고속도로망과 고속 정보통신시설의 정비로 국제컨벤션시티로 새롭게 탄생하면서 4조4000억 엔(약 56조3000억 원)이 넘는 경제파급 효과를 거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두 번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김 지사는 "개최지가 결정될 당시의 국제 상황 등 복합적인 주변 요소에 따라 IOC 위원들의 표심이 움직인다. 두 번의 도전 과정에서 IOC 위원들의 이런 마음을 읽어내는 눈이 생겼고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며 "우선 우리 내부에서 부정적인 요인을 없애고 일치단결해 IOC 위원의 표심을 맞춤형으로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평창은 두 번의 유치 과정에서 개최지를 결정하는 투표가 열리기 전까지는 전 부분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예로써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평창은 IOC의 현지실사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고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IOC 위원들의 투표에서는 막판에 상대 도시에 역전패 했다.

김 지사는 "IOC 위원들의 표심이 개인적인 친소 관계는 물론 국가 간의 이해관계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투표 당시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나머지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3번의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경우는 딱 두 번. 198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캐나다 캘거리가 1964년과 196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연속 실패한 뒤 세 번째에 꿈을 이뤘다. 또 2002년 대회를 연 미국 솔트레이크시티가 1972년과 1998년 대회 유치에 좌절을 맛본 뒤 성공한 케이스다.

김 지사는 "과거 어느 유치전에서도 평창처럼 근소한 차이로 패한 적은 없다. 따라서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도전에서 평창의 성공 확률은 어느 정도이며 경쟁 도시는 어디일까.

그는 "내년 6월 공식 후보도시가 결정돼야 명확해지겠지만 현재로는 독일 뮌헨이 앞장서서 뛰고 있고 프랑스의 안시도 경쟁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두 도시 모두 동계스포츠 인프라가 탄탄한 곳으로 이들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서 우리도 빈틈없이 준비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최근 기술위원 25명을 위촉했고 이건희 IOC 위원이 국제 스포츠 계에 복귀해 "평창 유치를 위해 힘을 합쳐 뛰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재로 전략회의를 갖는 등 정부도 유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런 발 빠른 움직임은 과거와 달라진 것일까.

김 지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지금 종합적인 로드맵 속에서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정부와 체육계, 유치위원회 등이 역할 분담을 잘 하고 IOC 관련 인적 자원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체육 관련 단체 일을 해본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2월 13일(한국시간)에는 2014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이 개막한다. 김 지사는 9일부터 현지로 가 대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동계 스포츠 종목의 강국이 되는 게 아주 중요하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이자 홍보대사인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게 되면 유치 활동에도 엄청난 힘이 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동해가 고향인 김 지사는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을 현지에서 지켜보면서 "내 고향 강원도 특성에 맞는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후 12년 간 그는 꾸준히 이를 위해 뛰어왔다.

김 지사는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드렸다. 하지만 이번에 또 한번 고개 숙여 부탁드린다"며 "두 번의 도전 과정에서 IOC와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 국민들의 뜨거운 열정을 다시 한번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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