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차두리가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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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5일 0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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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오른쪽 풀백을 맡고 있는 차두리.  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 오른쪽 풀백을 맡고 있는 차두리. 연합뉴스
'차미네이터' 차두리(31·셀틱)가 최근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다.

지난 7일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2차전을 치른 직후의 일이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보도에 따르면 차두리가 "이제는 늙었나 보다"라는 탄식조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차두리는 전반 13분 쿠웨이트 진영 오른쪽에서 공을 잡으려 30여m를 전력 질주해 크로스를 올린 뒤 자리에 주저앉았다. 결국 햄스트링 부상으로 4주간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차두리는 "계속 부상을 당하는 걸 보니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면서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뛰며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래도 날씨가 부상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로봇', '차미네이터' 등이 별명으로 불리는 차두리.  동아일보
'로봇', '차미네이터' 등이 별명으로 불리는 차두리. 동아일보
'차미네이터', '차로봇', 아우토반' 등의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차두리이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늙었나 보다…"라는 식의 말을 해서는 아직은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차두리의 아버지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 때문이다.

차두리의 부친인 차범근 감독이야말로 잘 알려진 대로 한국축구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불세출의 스타.

차 전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년간 뛰며 98골을 넣었고,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각각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컵 정상에 올려놓은 아시아가 낳은 최고의 축구스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그의 가장 위대한 점은 36세까지 현역선수로 줄기차게 뛰었다는 것이다.

차 전 감독은 군 복무(공군)까지 마치고 25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당시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였다. 1974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서독축구대표팀의 그라보스키, 휠첸바인, 본 호프, 마이어, 보그츠 등 당시 최고의 스타들이 뛰는 분데스리가에는 이들 외에도 세계 각국의 축구스타들이 즐비했다.

당시 분데스리가는 요즘으로 치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무대에서 군 복무까지 마친 기혼 선수가 11년 동안 '갈색 폭격기'로 불리며 맹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함께 독실한 신앙을 바탕으로 한 강한 정신력이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소속으로 뛰던 시절의 차범근 전 감독의 모습.  동아일보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소속으로 뛰던 시절의 차범근 전 감독의 모습. 동아일보
1989년 귀국한 뒤 1991년부터 현대 축구단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할 때에도 차범근 전 감독이 훈련 때 선수들과 같이 공을 차도 거의 밀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체력을 갖춘 것을 필자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아마 58세를 넘긴 요즘에도 차 전 감독이 축구를 하면 30대나 40대의 조기 축구회원들보다는 훨씬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런 아버지를 둔 차두리가 이제 갓(?) 31세에 "나도 이제 늙었나보다…"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될 듯싶다.

한국축구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진출하고, 또 한번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스피드와 돌파력, 그리고 세계 수준의 몸싸움 능력을 갖춘 '풀백 로봇' 차두리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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