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박수 받으며 떠난 정선민, 석달만에 은퇴 번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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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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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의 일이었다. 한국 여자 농구 최고 센터로 이름을 날렸던 정은순이 은퇴식을 했다. 꽃다발과 공로패까지 받은 그는 행사 직후 인터뷰에서 뜬금없이 “다시 선수로 뛰겠다”고 말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당시 그의 나이 32세. 어쩔 수 없이 떠밀렸다며 충분히 더 뛸 수 있다는 게 번복의 이유였다. 정은순은 중국에서 영입 제의를 받다 복귀에 실패했다.

정은순의 뒤를 잇는 간판 센터였던 정선민(38·사진)은 4월 시즌 종료 후 은퇴를 발표했다. 그런 정선민이 최근 중국 진출을 선언해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시즌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펼쳤던 정선민은 “정상에서 물러나겠다”며 신선한 화제를 뿌렸지만 미련만큼은 떨칠 수 없었다. 물론 연봉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도 작용한 듯해 보인다.

거취를 둘러싼 정은순과 정선민의 동병상련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한국 여자 농구의 어두운 그림자다. 선수들은 은퇴 후 이렇다 할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다. 남성 지도자를 선호하는 사회 통념에 따라 코치 자리는 하늘의 별따기다. 정은순은 “선수 때 운동만 하다 보니 관뒀을 때 당장 뭘 해야 하나 막막했다”고 털어놓았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농구의 은메달을 이끈 박찬숙도 여성 감독 후보로 번번이 거론됐지만 낙마를 거듭한 끝에 성차별 소송을 하기도 했다.

여자 농구 스타들의 풍부한 경험은 후배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국 여자 농구는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탈락하며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은퇴 선수 활용과 진로 문제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정선민#은퇴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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