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전문기자의 &joy]덕유산자락 ‘태권도원’ 볼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으랏차차! 민족무예 태권도 무주에 새 둥지 틀다

전북 무주 덕유산 자락 백운산기슭에 그 위용을 드러낸 태권도 전용 T1 경기장(4571석). 태권도시범단이 경기장 앞에서 힘찬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태권도원은 여의도면적의 2분의 1크기로 체험관, 박물관, 연수원 등이 갖춰졌다. 하루 1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급 숙박시설과 식당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시범운영 기간에 2만 5000여 명이 다녀갔다. 무주=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전북 무주 덕유산 자락 백운산기슭에 그 위용을 드러낸 태권도 전용 T1 경기장(4571석). 태권도시범단이 경기장 앞에서 힘찬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태권도원은 여의도면적의 2분의 1크기로 체험관, 박물관, 연수원 등이 갖춰졌다. 하루 1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급 숙박시설과 식당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시범운영 기간에 2만 5000여 명이 다녀갔다. 무주=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덕유산(德裕山)은 ‘덕이 많고, 너그러운’ 흙산이다. 덕유산자락의 무주구천동 계곡(나제통문·羅濟通門∼덕유산향적봉 25km)은 ‘9000명의 스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곳’이다. ‘9000 스님이 머물렀다’는 뜻의 ‘九千屯(구천둔)’이 ‘구천동’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무주 설천면의 ‘雪川(설천)’도 스님들이 밥을 지을 때 쌀뜨물이 시내를 이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김화성 전문기자
김화성 전문기자
전북 무주군 설천면 덕유산줄기의 백운산(1010m) 자락에 ‘태권도원’이 문을 열었다. 9000스님들 대신, 수많은 세계태권도인들이 심신수양을 할 터전이 세워진 것이다. 골짜기 전체가 몽땅 태권도원이다. 231만4000m²(약 70만 평)의 터에 연면적 7만650m²(약 2만2000여 평)의 건물이 우뚝우뚝 서 있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10배, 여의도면적의 2분의 1 크기. 총 2475억 원을 들여 2010년 1월 첫 삽을 떴다.

무주는 한반도의 내륙 중앙부. 서울 부산 등 전국 어디에서든 승용차로 2시간3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도 3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충청 전라 경상도가 만나는 삼도봉(三道峰·1177m)이 바로 태권도원 코앞이다. 민주지산(1242m) 각호산(1204m) 석기봉(1200m)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꿈틀거린다. 신라 화랑도들이 심신을 닦았던 덕유산이 1500여 년 후 ‘태권도의 성지’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태권도는 ‘맨발의 무예요 춤’이다. 앞차기, 옆차기, 뒤차기, 찍어차기, 돌려차기, 뒤후리기…. 발짓은 직선이지만, 그 직선이 때로는 풍차처럼 붕붕 돌고, 갈고리처럼 굽혀 찍는다. 때론 바람처럼 빠르고, 때론 그 파괴력이 바위를 부숴버릴 듯 엄청나다. 발엔 눈이 달려있다. 전후좌우 사방 어디든 안 닿는 곳이 없다. 상대 머리 위에 놓인 사과도 눈 깜짝할 새 산산조각 내 버린다.

태권도원은 태권도 전용 삼태극 T1경기장(4571석)을 비롯해 박물관, 체험관, 연수원, 도약센터, 연구소, 한옥 명인관, 전망대 등을 품고 있다. 체험관에선 와이어를 타고 공중앞차기를 해 볼 수 있으며, 가상의 상대와 실전겨루기도 가능하다. 1박2일, 2박3일, 3박4일 등 각종 체험수련 프로그램이 45개나 된다. 국가대표와의 만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고단자와의 대화 등이 인기다. 엄마 아빠와 손잡고 온 꼬마 태권전사들이 많다. 1박2일 기준 초등생 3만4100원, 중고생 3만5000원. 2박3일 초등생 7만8200원, 중고생 8만 원. www.tkdwon.kr 063-320-0114

태권고수의 발은 험하다. 관절마다 옹이가 박혔다. 발등은 솥뚜껑처럼 두껍다. 발톱마다 피멍이 들어 새까맣다. 발바닥은 가뭄의 논바닥처럼 갈라졌다. 그 발로 이 세상에서 가장 절도 있는 춤을 춘다. 태권도는 예(禮)서 시작해서 예(禮)로 끝난다. 싸움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것, 그것이 바로 무예요 태권도다. 태권도의 발짓은 사랑, 배려, 관용의 신호다.

무주는 가 볼 만한 곳이 많다. 구천동계곡엔 ‘33경(景)’이 있다. 제1경이 나제통문이고 32경이 백련사, 마지막 33경이 향적봉(1614m)이다. 수성대, 추월담, 만조탄, 수심대, 파회, 세심대, 수경대, 월하탄, 인월담, 사자담, 비파담, 구월담, 이속대….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산책하듯 느릿느릿 걷다보면 머릿속이 박하처럼 맑아진다. 왜 그리 아등바등 살았을까. 왼쪽 아스팔트길(자전거길)보다는 오른쪽 자연관찰로가 호젓하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2.5km의 거리. 향적봉(香積峰)은 ‘주목나무 향이 가득’하다. 개불알꽃, 제비꽃 등 이른 봄꽃들도 이제야 우르르 피어나고 있다. 가야산, 황매산, 중봉, 지리산천왕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 대둔산, 계룡산, 적상산이 첩첩이 펼쳐진다. 아슴아슴 황홀하다.

향적봉에서 곤돌라가 있는 설천봉(1520m)까지는 20분 거리. 노약자들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이른 뒤 향적봉으로 향한다. 향적봉에서 경치를 감상한 뒤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온다. 적상산 산머루와인동굴도 가 볼 만하다. 063-322-4720

▼ “8000만 태권인 성지순례 코스가 될 것” ▼
배종신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배종신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62·사진)은 체육행정의 달인으로 꼽힌다. 2002월드컵조직위 기획조정국장, 문화관광부 체육국장, 차관보, 차관을 거쳐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거쳤다. 1979년 행정고시로 사무관을 시작한 이래 거의 평생을 체육행정 한 우물만 팠다. 태권도원 설립도 2004년 봄 그가 문화관광부 차관보 당시 청사진을 마련했으며, 차관시절 무주가 최종후보지로 결정됐다. 그리고 2009년 첫 삽을 뜰 때부터 공사현장을 진두지휘해 오늘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그가 태권도원 첫 단추부터 마지막 단추까지 끼운 셈이다.

“터 선정 10년, 착공 5년, 감개무량하다. 모든 게 1960년대부터 맨주먹으로 해외에 나가 태권도를 알리고 도장을 일군 한국사범들의 땀과 눈물 덕분이다. 또한 국내 태권도인들의 헌신적인 노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아직도 전 세계 124개국에서 2041명의 한국사범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변변한 경기장 하나 없어 창피했던 게 사실이다. 이젠 중국의 소림사나 일본의 무사마을에 비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콘텐츠다.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단순한 무도를 뛰어넘어, 하나의 한류문화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태권도는 한글, 아리랑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한류브랜드이다. 그중에서도 태권도가 원조한류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태권도원의 올 한해 방문객 목표는 40만 명. 아직 중국 소림사의 400만 명(수익 130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전 세계 태권도인구가 8000만 명(206개국·올림픽종목 가맹국수 6위)임을 감안하면 그 잠재력은 충분하다. 초단이상 해외유단자(블랙벨트)만 해도 약 50만 명(9단 120명)에 이른다. 이들의 꿈은 종주국 태권도성지에서 마음껏 발차기를 해보는 것. 태권도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이미 태권도지도자, 수련생 등 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4월 중순 현재 학교, 기업, 단체 등에서 7만여 명이 예약을 마쳤다. 8월 세계청소년태권도캠프를 비롯해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국제청소년야영대회 등도 예정돼 있다.

“전 세계 태권도인들이 한번 이상은 꼭 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최고급 숙소(1400명)와 호텔급 식당 등 전혀 부족함이 없다. 벌써부터 태권도원 부근에 지역상권이 생기고, 환경미화, 경비, 행사도우미 등 주민 고용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태권도원 직원들의 인구유입효과도 상당하다. 태권도의 예절, 인내, 극기의 가치를 활용해 청소년인성캠프로도 성가를 높이고 싶다. 해병대캠프와는 다를 것이다. 다이어트 태권체조 등 기업연수생들의 일반인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고,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 청소년들에 대한 태권도 교육지원사업도 추진 중이다.”

▼ ‘달 조각 주우러’ 반딧불나라에 가자 ▼
전세계 곤충 2000여 종 전시 반디랜드

무주반딧불축제 당시 모습을 드러낸 반딧불.
무주반딧불축제 당시 모습을 드러낸 반딧불.
‘가자 가자 가자/숲으로 가자/달 조각 주우러/숲으로 가자.//그믐밤 반딧불은/부서진 달 조각/가자 가자 가자/숲으로 가자/달 조각 주우러/숲으로 가자.’ (윤동주 ‘반딧불이’)

반딧불(Firefly)은 무주의 아이콘. 무주반딧불축제는 전국 유일의 환경테마 축제다. 파파리반딧불이,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무주일대가 천연기념물(제322호)로 지정돼 있다. 반딧불이는 세계적으로 약 2000여 종, 우리나라 8종 가운데 무주에 3종이 산다.

태권도원 부근에는 ‘곤충의 나라’ 반디랜드가 있다. 곤충박물관, 천문과학관, 자연학교, 반딧불이 생태복원지, 온실 등이 갖춰졌다. 곤충박물관에선 다리가 4개인 워커리하늘소, 자웅동체 데모레우스 호랑나비, 자웅동체 세리세우스 사슴벌레, 변이개체 세르빌레 호랑나비, 나뭇잎나비, 부엉이나비, 대벌레 등 희귀곤충을 볼 수 있다. 전 세계 2000여 종 1만3500마리의 곤충표본, 150여 열대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나비와 곤충으로 만든 곤충나무가 눈길을 끈다. 입구 앞마당엔 전 세계 100여 개밖에 없는 천연기념물 ‘꽃돌이 박혀 있는 암석’ 구상화강편마암(球狀花崗片麻巖)도 볼 수 있다. 063-324-1155

■Travel Info

▼교통
▽승용차=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무주나들목∼설천면 무설로 태권도원 ♣내비게이션=전북 무주군 설천면 무설로 1482 ▽버스=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무주행. 대전이나 전주에서 무주행버스

▼먹을거리 ♣어죽=금강 상류에서 투망으로 잡은 민물고기로 끓인다. 동자개(빠가사리), 모래마루, 메기, 모래무지 등을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삶아 육수를 낸다. 고기의 뼈를 발라낸 뒤 그 육수에 불린 쌀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뭉근 불에 진득하게 끓인다. 거의 다 끓을 때쯤 수제비 떼어 넣고, 파 마늘 부추 등을 섞으면 된다. 후추 들깨가루를 양념으로 친다. 얼큰 매콤하고 시원.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금강물이 휘돌아나가는 무주 내도리(內島里)일대에 어죽식당이 많다. 앞섬(전도리), 뒷섬(후도리)이 있다. ▽무주군청 옆 금강식당(063-322-0979) ▽내도리 큰손식당(063-322-3605) ▽내도리 섬마을(063-322-2799)

▲대구뽈탕 금강산가든(063-324-3240) ▲한정식 생고기전문 우리마을(063-322-7012) ▲버섯전골 장미회관(063-322-5551) ▲표고버섯국밥 전주한국관(063-322-3162) ▲산채비빔밥 별미가든(063-322-3123) ▲콩나물국밥 모든이의 하우스(063-324-1999)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