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민망한 스코어… 그들만의 올스타전… ‘미스샷’ 농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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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한국농구연맹 총재를 사흘 연속 만났다. 동부-인삼공사전이 열린 11일 강원 원주 치악체육관, KT-삼성전이 열린 1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 이어 13일에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한 총재는 “원주에선 답답했고 잠실에선 화가 났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비슷한 심정이었다. 선두 동부는 2위 인삼공사를 52-41의 민망한 스코어로 이겼다. 선두 다툼의 빅카드로 주목받았지만 역대 최소 득점과 관련된 기록을 줄줄이 갈아 치웠다. 다음 날 KT는 삼성을 103-62로 대파했다. 삼성의 점수와 전날 인삼공사의 득점을 합하면 KT 점수가 됐다.

던지기만 하면 빗나가고 수비에만 치중하는 경기를 누가 보러 갈 것이며 일찌감치 승패가 갈리는 일방적인 승부에 흥미를 느낄 리 만무하다. 잠실 경기에서 일부 팬들은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며 3쿼터부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올 시즌에는 수비 농구가 대세인 데다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자칫 역습을 허용할 수 있는 속공을 피하고 지공과 세트오펜스를 강조하다 보니 득점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퐁당퐁당’으로 표현되는 하루 걸러, 그것도 수도권과 남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으로 졸전이 속출하고 있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상황에서 강팀을 만나면 아예 포기하다시피하며 주전들의 체력을 아꼈다 승산 있는 경기에 다걸기하는 전략도 등장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여자 프로농구의 난맥상은 더 심하다. 여자 프로농구는 설 연휴에 경기가 없다. 프로 스포츠의 대목을 맞아 게임을 집중 배정해도 시원찮을 판에 개점휴업에 들어간다. 한국여자농구연맹 관계자는 “중계 사정이 있고 다른 종목에 치일 수 있어 쉰다”고 말했다. 15일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명색이 올스타전인데도 동군 베스트 5명 전원이 국민은행, 서군 4명은 KDB생명 선수로 채워지는 기현상을 빚었다. 구단, 언론, 팬의 외면 속에 인기투표가 왜곡된 결과다.

‘미스샷’을 쏟아내는 남녀 프로농구. 팬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콘텐츠 강화를 위한 몸부림이 없다면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도 시들 날이 머잖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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