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흔들리는 KT’ 추스른 전창진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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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48)은 한 달 가까이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10월 15일에 처음 걸렸어요. 첫 경기 날이라 잘 기억하고 있죠.” 기침이 끊이지 않는 그는 0.1t이 넘던 체중이 5kg 넘게 빠져 핼쑥해 보이기까지 한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이다. 그는 TG삼보에 있던 2003년 이후 감독으로서 9번째 시즌을 맞았다. 시즌 오픈이라고 가슴 설레며 열병을 치를 초년병 시절은 이미 지났다. 전 감독의 마음고생은 KT에서 3년 계약이 끝나는 올 시즌 코트 안팎에서 악재가 쏟아져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대표팀에 차출됐던 조성민과 최우수선수 출신 박상오가 컨디션 난조에 허덕였다. 주전 가드 표명일(36)의 노쇠화 조짐 속에 후배들은 한계를 보였다. 찰스 로드는 기복이 심하고 재계약 후 불성실한 태도로 코칭스태프의 속을 태웠다. 전 감독은 올 미국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디트로이트에 뽑힌 플로리다대 출신 파워포워드 베넌 매클린(208cm)을 영입하려 했으나 무리한 연봉 요구로 난항에 부닥쳤다. 전 감독은 “한국 농구가 언제부터인가 용병들과 에이전트에게 봉이 됐다. 안하무인 격인 그들에게 원칙 없이 맞춰줄 이유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감독은 KT 지휘봉을 잡은 뒤 꼴찌였던 팀을 정규시즌 2위로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까지 안겼다. 전 감독을 향한 구단의 전폭적인 신임과 지원이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 후 KT가 1승 2패로 주춤거리자 구단 고위층은 코칭스태프 책임론을 내세우며 코너로 몰아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단의 활약상을 모기업 TV 광고로까지 제작했다 하루아침에 역적이라도 된 듯 대하는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선수들의 사기는 추락했다. 그래도 전 감독은 분위기를 추슬러 6연승을 이끌었다. KT에서 3연패 이상이 없는 전 감독의 뚝배기 같은 리더십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눈앞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태도는 KT뿐 아니라 어떤 구단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조직의 통합 없이는 작은 성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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