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의 농구에세이]이기면 용병 덕! 지면 용병 탓?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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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주 수요일 잠실경기. 서울 삼성의 데릭 존슨은 덩크슛을 성공시킨 후 조금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몸을 흔들며 시위(?)를 했다. 마치 상대 센터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듯. 다혈질적인 그가 기분에 따라 보여주는 제스처였다고 느껴졌으나 주심은 이내 휘슬을 불었다.

턴팅(taunting). 상대선수를 조롱하는 듯한 동작을 보였을 때 주는 일종이 반칙.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에 이런 행동이 나왔다면 김동광 감독의 마음은 어땠을까. 판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너, 미쳤어?”하고 외치고 싶었을 게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그를 앞세워 이겨야 하니까.

KBL이 시작된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팀 승리의 50% 이상이 용병들의 활약에 달려있다. 감독들의 1년 농사 성패는 7월경에 열리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으로부터 시작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각 팀 코칭스태프는 정규리그가 끝난 직후인 5, 6월경 약 2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그 시기에 미국 각지에서는 USBL, IBL, NBDL 등의 국내리그가 펼쳐진다. NBA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리그.

물론 입장료도 받고 중소기업 등에서 팀을 운영하는 정식리그다. 하지만 대회라기 보다는 세계 각국 프로팀 진출을 위한 선수 시장이라는 게 더 맞다. 이들의 보수는 주급 200∼300 달러 정도. 그러니까 한달에 100만원 남짓하다. 먹고 자고 이동하는 비용일체가 포함되어있다. 참으로 힘들고 외로운 선수 생활이다.

이들이 KBL에 진출 했을 때 받는 보수는 월 1만달러, 6개월 동안 6만달러를 벌어간다. 여기에 승리 수당등의 명목으로 용돈도 보탠다.

KBL은 스카웃 과열을 막는다는 이유로 용병 20명의 월급을 KBL에서 동일하게 지급하고 있다. 각 팀 감독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똑같은 조건에서 뛰어난 선수를 뽑으려니 5, 6월에 미국전역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선수를 직접 보고 몰래 점찍어 놓은 후트라이 아웃 시장에 나오게 한다. 이렇게 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선수를 뽑지만 때론 상대팀에게 정보가 새어나가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는 팀들은 그 이유를 대부분 용병 탓으로 돌린다. 며칠 뒤 그들은 ‘기량 미달’ ‘부상’등의 이유로 짐을 싸야한다. 코리안 드림을 뒤로 한 채….

외국인 선수는 감독의 승리의 수단이자 패배의 핑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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