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지구촌 표정]“경기보다 거리응원이 더 볼만”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1분


캐나다 교민도 거리응원
캐나다 교민도 거리응원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오른 데 대해 19일 각국의 신문과 방송은 한국 선수들의 투혼에 한결같은 놀라움과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시민들이 심판판정에 불만을 터트리며 한국 교민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탈리아 선수들은 경기 초반 세계무대에서 갈고 닦은 교활함을 발휘해 한국 선수들의 코와 머리를 강타했지만 한국의 도전자들은 이들을 정공법으로 꺾어 버렸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감탄할 만한 것은 이탈리아팀이 공격형 선수를 아무리 투입해도 무너지지 않았던 한국의 강력한 수비”라면서 “이는 히딩크 감독이 1년반에 걸쳐 키워온 ‘멀티 플레이어’에 의한 조직 축구의 진면목이었다”고 해석했다.

스포츠닛폰은 “종반 한국팀 선수들이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정신력을 발휘해 이탈리아를 압도하자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도 박수갈채가 쏟아졌다”면서 “한국은 월드컵 시합에서 강한 팀과 상대하면서 훨씬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19일 보스톤 글로브지는 18일이 한국에겐 “1945년 해방 이후 아마도 가장 기쁜 날일 것”이라면서 “한국인들은 18일 밤은 물론 이달말까지 잠을 자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으로 승리를 자축하는 한국의 풍경을 전했다.

휴스턴 크로니클지의 19일자 칼럼은 18일 경기가 열린 대전경기장보다 서울 광화문 등의 길거리 응원이 더 볼만했다면서 “똑같이 붉은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신의 부름이라도 있었다는 듯이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이상한 구호를 외쳐댔는데 그것은 바로 축구신을 향한 것이었다”고 흥미진진하게 전했다.

이 칼럼은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등 붉은악마의 구호를 소개하고 “초반 득점을 끝까지 지켜 1대 0으로 이기기로 유명한 이탈리아가 실패한 것은 붉은악마의 솟아오르는 힘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대부분 언론들은 ‘아시아의 신화 창조’ ‘36년만의 역사 반복’ 등의 제목으로 한국팀의 선전에 찬사를 보냈다.

신화통신은 “지옥훈련을 거친 한국 선수들은 마치 전투병과 같은 살기(殺氣)와 불굴의 투지로 무장돼 있었다”면서 “여기에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과 전국민적의 응원 열기가 뒷받침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하는 기적을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경화(京華)시보는 “이번 경기는 앞으로도 10년동안 중국 축구에 공한증(恐韓症)을 안겨줄 것”이라면서 “심판의 몇몇 오심이 있었으나 전체 경기는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청년보는 ‘심판이 이탈리아를 교살(絞殺)하다’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공정하지지 못한 경기를 펼친 한국이 승리한 것이 아시아의 영광인지 치욕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의사당과 TV 방송국, 카페, 식당 등지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 교민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고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비론 모레노 주심이 이탈리아팀이 조별리그에서 에콰도르팀을 격파한데 대한 보복으로 한국을 봐줬다는 음모설까지 나돌고 있다”면서 로마 중앙역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청하던 축구팬 수백명은 ‘심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이들은 몇몇 한국팬들을 향해 “도둑들, 승리를 훔쳐갔다”며 플라스틱 병을 집어던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로마의 피아제 데 포풀로 광장에 모여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팬들도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소규모 응원을 하고 있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로이터통신도 19일 전했다.

의사당에서도 극우 국가동맹의 다내엘라 산타체 의원은 “나는 항상 한국이 부패한 나라라고 여겨왔는데 다시 확인됐다”고 공격했고 다른 의원들은 “이탈리아가 주최국의 희생물이 됐다”고 비난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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