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지구촌 표정]“16강서 끝” 日열도 눈물바다

  • 입력 2002년 6월 18일 18시 50분


빗속 응원전
빗속 응원전
“닛폰, 패했습니다. 일본의 싸움은 16강에서 끝나버렸습니다.”

하루종일 내리던 장마철의 우울한 비처럼 일본인들의 비통함과 슬픔이 일본열도를 뒤덮었다. 18일 일본팀이 터키에 0-1로 패배하자 일본인들은 말을 잊었다.

그러나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고 정말로 훌륭한 경기를 했다”며 위안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미야기(宮城)경기장에 모인 서포터스는 일본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만 아쉬움을 숨길 수는 없었다.

이날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꽤 많은 비가 내렸지만 미야기경기장에는 오전 8시경부터 서포터스가 대표팀 복장에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일장기를 들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미야기경기장으로 가는 센다이(仙台)역은 출근시간과 겹쳐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또 오사카(大阪)와 홋카이도(北海道) 등에서는 새벽에 고속버스를 전세내 경기장으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이날 경찰은 표가 없는 사람들은 경기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조별리그의 세 경기가 열렸을 때 입장권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던 도쿄(東京)의 국립경기장에도 쏟아지는 비에도 불구하고 우의를 입은 사람들로 붐볐다.

미야기경기장 주변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전날 급히 도화지에 일장기 1만여장을 그려 이날 입장객들에게 나눠줬다. 입장객들은 이 일장기를 국가제창을 할 때 일제히 앞으로 내밀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일본 열도는 직장이나 집 등에서 TV를 보느라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뚝 끊겨 한산할 정도였다.

일본이 패하자 거리로 뛰쳐나와 ‘닛폰, 닛폰’을 외쳐대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젊은이의 거리인 시부야(澁谷)와 유흥가인 신주쿠(新宿) 롯폰기(六本木) 등에는 수만명에서 수천명의 서포터스가 몰려들어 고함을 지르고, 춤을 추던 거리가 정적 속에 빠졌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은 경기시작전 “문제는 어디까지나 야심을 갖는 것이다. 나는 다음 경기를 축제로 끝내고 싶지 않다”며 필승결의를 다졌으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또 “선수들이 기뻐하는 얼굴이 TV에 자주 나오는데 나는 그런 게 싫다. 긴장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선수들이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걱정했던 것이 적중한 셈.

반대로 이날 도쿄시내에 있는 ‘터키 식당’에는 터키인들이 수십명씩 모여 앉아 홈팀을 상대로 열렬한 응원을 했고 승리가 결정되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한편 일본 방송들은 이날 한국이 이탈리아와 경기를 갖는 대전경기장 앞에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수백명이나 몰려들어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모습을 흥미 있게 전달했다. 또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은 “한국은 이탈리아와 훌륭한 경기를 치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 장 남은 8강티켓을 놓고 마지막 남은 아시아팀이 선전해줄 것을 기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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