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지구촌 표정]英 “여왕 생일축하 큰 선물”

  • 입력 2002년 6월 16일 00시 41분


“다음은 브라질이다.”

영국 축구팬들은 15일 덴마크에 압승한 데 환호하면서 “21일 치를 8강전이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일인 토요일 낮 12시반부터 선술집인 펍(Pub)에 모여 덴마크와의 경기를 관람했던 런던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 브라질-벨기에 전에서 브라질의 승리가 예상되는 만큼 브라질과의 8강전이 이번 월드컵 최대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흥분했다.

영국 언론들은 ‘죽음의 조’를 통과하면서 잉글랜드팀의 플레이가 안정됐다며 대 브라질 전에서의 선전을 기대했다. 덴마크와의 경기를 중계했던 BBC 방송도 경기가 끝난 뒤 “승부는 물론 경기 내용에서도 잉글랜드팀의 압도적 우세였다”고 평가했다.

마침 이날이 영국 여왕의 생일퍼레이드날이어서 DPA, AFP 등 외신들은 “잉글랜드팀이 여왕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고 전했다.

이날 영국 전역의 3만5000개 펍에서는 경기 시간 전후 3500만파인트(1파인트는 약 600㏄)의 맥주가 소비돼 신기록을 세웠다. 극성 축구팬은 결혼식까지 연기했으며 이날 경기에 100만건의 축구 도박이 걸려 판돈만 1200만파운드(약 212억원)에 달했다.잉글랜드팀이 덴마크에 압승한 직후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 확률은 4분의 1을 넘어 브라질에 이어 2위를 마크했다.

▼“우승보인다”베를린들썩

“이제는 우승이다.”

독일 축구팬들은 15일 자국팀이 가장 먼저 8강 고지에 안착하자 “역시 독일은 영원한 우승 후보”라며 즐거워했다.

이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베를린 포츠담 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축구팬들은 경기 종료 직전 올리버 노이빌레 선수가 승패를 가르는 한 골을 성공시키자 서로 부둥켜안았다.

독일 언론들은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전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됐던 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면서 특유의 조직력이 살아나고 제공권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이제는 우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간지 빌트 온라인은 90년 월드컵 16강전에서도 모로코를 맞아 이번 경기와 똑같은 시간인 후반 43분에 로타르 마테우스가 천금같은 한 골을 넣어 8강에 진출한 뒤 결국 우승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 전에는 독일팀이 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 독일인이 7.7%에 불과했으나 16강 진출 확정 이후에는 60% 이상이 결승 진출을 낙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언론들은 토요일 아침 8시반부터 시작된 파라과이와의 경기 내용은 3번의 월드컵 우승팀답지 않은 것이었다며 “휴일 아침의 가벼운 아침식사가 무겁고 거북한 저녁식사가 됐다”(빌트 온라인)고 지적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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