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칼럼/방형남]광화문에 월드컵 조형물을

  • 입력 2002년 6월 24일 19시 26분


나는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 가면 가슴이 뛴다. 1789년 7월14일 분노한 프랑스 시민들은 타락한 절대군주의 상징인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해 점령했다. 프랑스 대혁명의 출발이었다. 이후 거대한 요새였던 감옥이 헐리고 그 자리에 넓은 광장이 만들어졌다. 7월14일은 프랑스 최대 국경일이 되었다. 지금도 바스티유 광장을 찾는 사람들은 200여년 전 절대 권력에 맞서 봉기했던 프랑스 시민들의 도도한 물결을 느낄 수 있다.

대사건은 흔적을 남긴다. 2002년 월드컵도 흔적을 남길 자격이 있는 대사건이다. 202m 높이의 분수를 한강 위로 쏘아올리는 등 많은 노력을 했으나 아직은 한국을 찾거나 TV로 한국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시청한 전세계 축구팬들이 확실하게 기억할만한 상징물이 없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눈에 보이는 상징물은 없지만 축구실력과 뜨거운 거리 응원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지 않았는가. 세계 언론은 전국 규모의 응원을 통해 한국이 최초로 월드컵을 진정한 축제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월드컵을 신문 기사 스크랩으로, 경기 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로, 땀에 절은 붉은 티셔츠만으로 추억하기는 아쉽다. 개인 차원이 아니라 4700만명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흔적으로 기억해야 한다. 거리 응원의 출발지인 광화문을 기억하면 어떨까. 광화문에 월드컵 기념물을 만들어 한국을 상징하는 세계적 명물로 키워보자. 온 국민이 합심하여 응원했고 거리에는 수백만명이 모여 한마음으로 열기를 뿜어낸 역사를 보여주는 조형물이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두고두고 그날의 감격을 되새기고 후손들에게는 2002년 6월 엄청난 역사가 이뤄졌다고 가르치는 조형물.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이것이 한국이라고 느낄 수 있는 상징물을 만들어 보자.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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