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칼럼]국기와 색깔

  • 입력 2002년 6월 15일 2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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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인 14일, 신문을 읽다 여러 나라의 국기로 장식된 전날의 월드컵 전적란에 눈길이 멎었다. 때맞춰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 나라들의 국기, 그 이미지가 어딘가 비슷했다.

이탈리아의 국기는 녹색 흰색 붉은색. 전날 이탈리아와 일전을 펼친 멕시코의 국기도 녹색 흰색 붉은색이다. 가운데 국가 문장(紋章)이 있는 점이 다를 뿐, 순서마저 같다.

인터넷에서 ‘세계의 국기’ 사이트를 찾아보았다. 이탈리아의 경우 녹 백 적의 3색이 쓰이게 된 연원은 분명치 않다. 오늘날에는 3색이 각각 자유 평등 우애를 나타낸다는 데 합의가 이루어진 모양이다.

멕시코의 경우 3색이 각각 독립 가톨릭 단결을 나타낸다고 되어 있다. 자유 평등 우애의 이상과 독립 종교 단결의 이상이 이날 선의의 경쟁을 펼친 셈이다.

같은 날 경기를 가진 중국과 터키의 국기는 붉은색 바탕에 무늬가 그려져 있다. 중국의 국기를 수놓은 무늬는 다섯개의 별이다. 큰 별은 당(黨), 작은 별은 국민을 상징한다.

터키의 국기에는 이슬람 국가들에 공통적인 초승달과 별 무늬가 그려져 있다. 14세기 한 전쟁에서 국왕이 전선을 방문했을 때 초승달과 별이 떴으며, 이 문장은 진보를 상징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여섯개 별과 하나의 달이 90분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뛰었다.

국가란 국토와 국민, 자원의 총합만이 아니다. 그 국민이 가진 이상이야말로 국가가 가진 가장 핵심적인 실체일 것이다. 경기장에 높이 걸린 국기는 그 이상의 상징물이다. 광화문 거리에 걸린 색색의 깃발들을 보고 느닷없이 가슴이 먹먹해진 것은, 그 속에 실린 수억인의 꿈과 소망이 가슴을 눌러오는 것 같아서였다.

한국의 태극기에 실린 파란색과 빨간색은 각각 음과 양을 상징한다. 금요일 저녁 광화문은 온통 빨간색의 물결이었다. 흥분도 잘하고 성취욕도 높다는 한국인의 가슴속은 역시 ‘양(陽)’의 성분이 압도적인 모양이다. 지금만큼은 불평할 이유가 없다.

유윤종 문화부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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